[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일본 영화를 아주 좋아하고 즐기는 마니아가 아니라면 사실 많이 낯선 배우입니다. 하지만 그가 출연한 일본 영화들의 제목을 말하면 ‘나 알아!’ 정도는 분명 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그의 필모그래피 가운데 하나이자 일본 출판물의 전설로 꼽히는 ‘바람의 검심’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에서 ‘사가라 사노스케’를 연기한 그 배우. 투박스럽지만 강렬한 이미지의 전형적인 일본 미남형의 이 배우. 그 배우가 한국영화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본 영화 마니아들조차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일단 도대체 어떤 영화 일까. 그리고 어떤 배역일까. 답은 아주 쉬웠습니다. 마동석이 기획과 제작 주연을 겸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액션 영화 ‘범죄도시’의 3편에 메인 빌런 중 한 명으로 캐스팅이 확정됐습니다. 사실 좀 많이 뜬금없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 배우는 너무 좋아서 가슴이 두근거렸답니다. 우선 이 배우, 정체부터 밝히겠습니다. 아오키 무네타카. 그는 ‘범죄도시3’ 개봉을 앞두고 한국에 직접 왔습니다. 실제로도 ‘범죄도시’ 1편과 2편의 ‘광팬’임을 자처한 그는 캐스팅 이전부터 앞선 두 편의 영화를 직접 봤고 너무 재미있게 관람 했었답니다. 그래서 자신이 이 시리즈에 합류 했단 것 자체가 믿기지 않는 기적 같다고 겸손해 했고 또 감사해 했으며 적극적인 홍보로 흥행 전선에 힘을 보태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일단 극중에선 일본 야쿠자 조직이 한국으로 보낸 피도 눈물도 없는 사이코패스 킬러 ‘리키’로 출연합니다. 하지만 현실 속 아오키 무네타카는 그저 순박하고 또 너무도 겸손하고 예의 바른 일본 청년이었습니다.
배우 아오키 무네타카.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내한 이후 연이은 홍보 일정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진지함을 유지하며 알아 듣지 못하는 한국어 질문에도 경청하는 자세를 유지하는 아오키 무네타카. 그는 첫 만남에서 배운 한국어 ‘감사합니다’ ‘좋은 기사 부탁드립니다’라는 말로 ‘범죄도시3’에 대한 기대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우선 한국의 반응이 너무 뜨겁고 자신에 대한 관심도 기대 이상으로 높아서 매번 깜짝 놀라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한국 관객들의 큰 리액션에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모두가 너무 친절합니다. 촬영 중일 때는 너무 바빠서 제대로 소통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간단한 한국어를 꽤 많이 배웠습니다. 한국식 인사인 ‘손 하트’하는 법도 배웠습니다(웃으면서 손으로 만들어 보인다). 극장에 인사를 갈 때마다 너무 뜨거운 환대를 해주고 박수를 쳐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며칠 뒤 일본으로 돌아가는 데 그때까지 최대한 즐기고 싶습니다.”
배우 아오키 무네타카.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아오키의 ‘범죄도시3’ 캐스팅은 마동석의 권유로 연출을 맡은 이상용 감독이 면밀한 검토를 한 끝에 이뤄졌습니다. 아오키의 출연작 가운데 대표작인 ‘바람의 검심’을 인상깊게 본 마동석의 권유, 그리고 ‘바람의 검심’을 살펴 본 이상용 감독의 결심이 그의 출연을 이끌어 냈습니다. 한국의 제안을 받은 아오키는 고민 없이 출연을 승낙하고 합류를 결심헀습니다. 일단 배역 자체가 빌런이고 일본 야쿠자 역이기에 액션은 필수입니다.
“감독님을 통해 일본도 액션을 제안 받았죠. 캐스팅이 확정된 뒤 ‘바람의 검심’ 때 함께 했던 무술팀을 섭외해 검술 액션 디자인을 연구 했습니다. 일본에서 디자인해 촬영을 해 한국으로 보내면 수정 보완해 다시 피드백이 오고. 그런 과정을 거쳤죠. 그 과정에서 한일 양국의 일본도 액션 차이도 실감했습니다. 일본에선 동적인 부분보단 정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칼로 이뤄지지만 포즈와 자세가 중요하죠. 하지만 한국에선 한 번에 상대를 끝내겠다는 의지가 뿜어져 나와야 하더라고요.”
영화 '범죄도시3' 스틸.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일본인에게 일본도는 하나의 정신과도 같은 산물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일본도를 사용하는 극중 빌런 캐릭터에 대한 질문을 더 이어가 봤습니다. 실제 일본인으로서, 그리고 일본도를 사용하는 사극 출연 경험자로서 ‘범죄도시3’ 속 자신의 배역인 ‘리키’에 대한 수정 보완 작업에도 꽤 많은 아이디어를 냈었다는 아오키입니다. 그는 몇 가지 수정 사안을 제작진에게 제안하기도 했답니다.
“시나리오에 ‘일본도를 바닥에 끌면서 걷는다’란 표현이 있더라고요. 일본도는 날카로움이 생명이라 일본인 중에는 그렇게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또한 극중에서 일본도로 장지문을 부수는 장면이 있는데 일본 영화라면 그런 식의 연출은 하지 않습니다. 단 그 장면은 감독님의 연출 이유가 있을 것이기에 제가 특별한 말씀을 드리진 않았습니다. 그 장면은 액션을 위한 연출 이라기 보단 ‘리키’란 인물의 잔인함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이해했습니다.”
배우 아오키 무네타카.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아오키의 배역 ‘리키’는 ‘범죄도시3’에서 마동석이 연기한 ‘마석도’ 형사에게 응징을 당하는 인물입니다. 스포일러 차원으로 볼 수도 없을 정도의 당연합니다. 그래서 질문해 봤습니다. 아무리 극중이지만 마동석과 대결한 느낌이 어땠는지. 일단 과거 영화 ‘이웃사람’에서 마동석과 함께 액션을 경험한 배우 김성균은 ‘지구상에 가장 힘이 센 사람이 마동석이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파워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아오키 역시 비슷했습니다.
“아무리 촬영이지만 마동석이 화를 내면서 달라올 때는 정말 무섭기는 했었습니다(웃음). 하지만 마동석은 액션에서 프로 중의 프로입니다. 액션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문가 중의 전문가였습니다. 영화에선 제가 거의 죽기 직전까지 맞았지만 촬영에선 전혀 충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사실 배우로서 마동석이란 세계적 스타와 액션을 펼치는 건 너무 행복한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리키’의 입장이라면 아마 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은 지옥이 아니었을까 싶네요(웃음).”
배우 아오키 무네타카.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그는 시리즈 가운데 2편을 보고 팬이 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2편의 빌런 손석구에 대한 팬심도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만난 일화를 공개했습니다. 영화 개봉 전 VIP시사회 이후 뒷풀이 장소에서 손석구와 만나 나눈 대화는 배꼽을 잡고 웃기에 충분했습니다. 당시 손석구 아오키 그리고 3편의 또 다른 메인 빌런 ‘주성철’을 연기한 이준혁까지. 세 사람은 마동석을 피해 자신들만의 빌런 유니버스를 즐기며 웃고 떠들었다고 전했습니다.
“2편에서 손석구의 눈빛 연기가 너무 좋았었습니다. 2편을 본 뒤 ‘카지노’도 너무 재미있게 봤었죠. 그런 손석구를 직접 만났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았겠어요. 손석구도 3편을 보고 제 연기를 칭찬해줘서 기분이 더 좋았었죠. 뒷풀이 자리에선 저와 손석구 그리고 이준혁 셋이 함께 정말 많은 얘기를 했었습니다. 근데 사실 별 얘기는 없었어요. 그냥 ‘마동석과 액션하는 데 힘들지 않았냐’ ‘마동석 펀치가 너무 아프지 않았냐’ 등의 얘기였습니다. 하하하.”
영화 '범죄도시3' 스틸.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아오키는 일본으로 돌아갔다가 ‘범죄도시3’ 개봉 이후 첫 주 무대인사 기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합류할 계획 이랍니다. 한국 영화 첫 경험인 그는 앞으로 ‘범죄도시3’가 1편과 2편에 버금가는 흥행을 거두고 자신에 대한 관심도 더 높아져 다른 한국영화에서도 다른 모습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선보이고 싶다고 합니다.
“한국 홍보 일정은 당연하고 일본 홍보 일정도 참여합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범죄도시3’가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합니다. 제겐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이번 3편이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 많은 감독님들이 절 봐주셔서 더 많이 캐스팅 제안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정말 많은 한국 영화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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