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유진 기자] 삼성전자에 대해 이른바 '갑질'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국 반도체기업 브로드컴의 '동의의결안'이 기각됐습니다. 동의의결은 불공정 혐의를 받고 있는 기업이 피해구제 등 자진 시정을 할 경우 제재를 하지 않는 제도이나 공정당국이 기각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브로드컴 인코퍼레이티드 등 4개 사(브로드컴)의 거래상 지위 남용 건과 관련한 최종 동의의결안을 기각했다고 13일 밝혔습니다.
동의의결제도는 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거래상대방 또는 소비자 피해구제 등 적절한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을 통해 타당성을 인정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입니다.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에게 스마트폰 핵심 부품을 판매하면서 우월한 거래상 지위를 이용한 장기계약(LTA) 체결을 강제한 혐의를 받아왔습니다.
계약 내용을 보면 삼성전자는 2021년 1월1일부터 2023년 12월 31일까지 3년간 브로드컴의 스마트기기 부품을 매년 7억6000만달러 이상 구매하고 실제 구매금액이 이보다 적을 경우 차액만큼 브로드컴에 배상하도록 했습니다.
공정위는 장기계약 강제체결 건과 관련해 공정거래법상 거래상지위 남용 혐의를 두고 지난해 1월 조사를 마친 바 있습니다. 브로드컴이 동의의결을 개시한 시점은 지난해 7월입니다.
공정위는 지난해 8월 두 차례 전원회의를 열고 브로드컴의 시정방안에 대한 개선·보완 의지를 확인하고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삼성전자에 '갑질'을 일삼은 혐의를 받는 미국 반도체기업 브로드컴의 동의의결안을 기각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은 동의의결 절차.(그래픽=뉴스토마토)
최종 동의의결안 시정방안을 보면 '행위중지 등 경쟁질서 회복을 위한 시정방안으로 불공정한 수단을 이용한 부품 공급계약 체결 강제 금지, 공정거래법 준법 시스템 구축 등이 담겼습니다.
또 '거래질서 개선·중소사업자 등 후생 제고를 위한 상생방안'으로 반도체·정보통신(IT) 산업 분야 전문인력 양성·중소사업자 지원, 삼성전자에 대한 품질보증·기술지원 확대 등도 포함했습니다.
하지만 공정위는 지난 7일 전원회의 심의를 통해 최종 동의의결안에 대한 기각을 결정했습니다. 동의의결 인용요건인 '거래질서 회복'이나 다른 사업자 보호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브로드컴이 심의과정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피해보상과 기술지원 확대 등 위원들의 제안사항에 대해 수용할 의사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며 "최종동의의결안의 시정방안이 개시 결정 당시 평가했던 브로드컴의 개선·보완 의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해 최종안을 기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공정위는 빠른 시일 내에 전원회의를 열고 브로드컴의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준 등을 결정하기 위한 본안 심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삼성전자에 '갑질'을 일삼은 혐의를 받는 미국 반도체기업 브로드컴의 동의의결안을 기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브로드컴 홈페이지 캡쳐)
세종=김유진 기자 y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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