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습니다. 2016년 최고콘텐츠책임자(CCO)로 한국을 찾은 지 7년 만입니다. 취재진 앞에 선 테드 서랜도스 CEO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한국 콘텐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건강한 창작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 논쟁 중인 망이용대가나 콘텐츠의 지적재산권(IP) 독점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적 언급을 피하며 투자와 보상 제공을 통해 좋은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갈음했습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2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츠 이야기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코리아)
4년동안 25억달러 투자…"한국 콘텐츠 가능성은 무궁무진"
2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츠 이야기 간담회에 나선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는 "향후 4년 동안 한국에 25억달러(3조2000억원 규모)를 투자할 것"이라며 "이러한 투자는 스크린의 앞과 뒤에서 활약할 차세대 창작자 양성도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콘텐츠 투자를 지속하는 것은 K-콘텐츠의 잠재성 때문입니다. 그는 "넷플릭스 전세계 회원의 60%가 1편 이상의 한국 작품을 시청했고, 지난 4년 동안 넷플릭스에서의 한국 콘텐츠 시청 수는 무려 6배나 증가했다"며 "이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생각은 넷플릭스가 장기적인 관점으로 한국에 투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한국 창작가들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했습니다. 지난해부터 2025년까지 넷플릭스가 선보일 한국 콘텐츠 5편 중 1편은 신예 작가 혹은 감독의 데뷔작이 될 것인데, 창작가들과 파트너십을 공고히 해 가능성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입니다.
2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츠 이야기 간담회 현장. (사진=뉴스토마토)
망이용대가 결국은 반대… IP독점 문제는 업계 최고 수준 보상으로 갈음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는 K-콘텐츠에 대한 사랑을 여러번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망이용대가나 IP독점 문제에 대해서는 대안을 제시하는 대신, 협업과 보상으로 좋은 생태계를 만들어 해결해야 한다고 답변하는 데 그쳤습니다.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ISP간 망이용대가 이슈에 대해 테드 서랜도스 공동 CEO는 "다양한 국가의 6000개 이상 지점에 인터넷이 빨라지도록 오픈커넥티드를 10억달러 규모로 투자했고, 계속 투자를 할 예정"이라며 "이용자에게 좋은 경험 제공을 위해 ISP와 CP가 협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넷플릭스는 자체 개발한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반 캐시서버인 오픈커넥트어플라이언스(OCA)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SK브로드밴드와 망이용대가를 놓고 벌이고 있는 법정공방에서도 OCA로 SK브로드밴드의 네트워크와 피어링(peering, 직접접속) 방식으로 직접 연결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결국 이날 테드 서랜도스 공동 CEO 발언은 'OCA로 피어링을 하고 있고, 피어링은 무상'이라는 넷플릭스 변호인 주장과 결이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ISP에 별도의 망이용대가 지급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유지한 셈입니다. 국내 ISP이자 콘텐츠 사업에 나서고 있는
KT(030200)도 최근 "망이용대가가 들어와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한테 지원되고, 콘텐츠 사업자에게도 지원이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다"고 언급했습니다만, 넷플릭스는 여전히 이와 대치되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업계 관계자는 "국내 미디어·콘텐츠 시장의 선순환을 위해 망이용대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넷플릭스는 결국 자신들이 확보할 수 있는 콘텐츠 투자에만 집중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국내 업계의 우려는 넷플릭스의 IP 독점 문제로도 뻗어 있는데요. 콘텐츠 창작자·제작자에게 막대한 제작비를 지원하는 대신 반대급부로 콘텐츠 IP를 독점하는 까닭에, 전세계적으로 흥행한 '오징어게임'마저도 제작비의 일정 부분 이상에 대해서만 수익배분이 이뤄졌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지적이 이날도 불거졌지만, 넷플릭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는 "우리는 최대한 보상을 하려 하고, 시장 최고 수준으로 보상을 하고 있기도 하다"면서 "특히 인기 콘텐츠는 시즌2가 나올 경우 계산을 해서 더욱 보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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