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넥슨 '데이브 더 다이버'가 100만장 넘게 팔렸지만, 국산 게임 제작 흐름이 패키지로 쏠리진 않을 전망입니다. 지속적인 과금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패키지 게임 개발에 도전할 수 있는 현실 때문입니다.
25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넥슨 산하 민트로켓이 만든 데이브 더 다이버는 PC게임 플랫폼 스팀 내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가 97%에 달합니다. 한국인이 쓴 평가에는 "우리나라 게임 회사들 할 수 있었잖아" "진작에 성공할 수 있었는데 안 한 게 열받네"라는 내용이 줄줄이 달려 있습니다.
넥슨 산하 민트로켓이 만든 데이브 더 다이버는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 97%와 함께 100만장 넘게 팔렸다. (사진=넥슨)
네오위즈 산하 라운드8 스튜디오가 만드는 소울라이크 장르 'P의 거짓'은 지난달 데모 공개 3일 만에 전체 플랫폼 누적 내려받기 100만 건을 넘겼습니다. 온라인 게임 축제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는 '인기 출시 예정 제품'과 '가장 많이 찜한 출시 예정 게임'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습니다.
국내외 게임 유튜버들은 P의 거짓 데모를 깨고난 뒤 박수 치거나 감탄사를 연신 내뱉으며 호평했습니다. 특히 한국 게임 유튜버들은 P의 거짓이 흥행해서 국내 게임사들이 패키지 게임을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습니다.
패키지 게임의 시장성은 분명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게임시장 성장률은 모바일 8.4%, PC 6.9%, 콘솔 6.4% 순이었습니다. 올해 세계 콘솔 시장 규모는 70조원으로 예상됩니다. 대형 게임사들은 콘솔 시장 성장 가능성을 보고 PC와 콘솔 모두 지원하는 패키지 게임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한국에서만큼은 패키지 게임이 주된 상품이 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완성품으로 나오는 패키지 게임 특성상, MMORPG에 비해 지속적인 수익 창출은 어렵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데이브 더 다이버도 P의 거짓도 나중에 추가 콘텐츠인 DLC(내려받을 수 있는 콘텐츠)가 나올 수 있겠지만, 본편 구매자 모두 이걸 산다는 보장이 없죠.
패키지 게임 판매량은 출시 초반 폭발적으로 늘다 점차 사그라드는 모습을 보입니다. 아발란체 소프트웨어가 만든 '호그와트 레거시'는 지난 2월 출시한 지 2주만에 1200만장, 3개월 누적 1500만장 판매를 기록했습니다.
캡콤의 '바이오하자드 Re:4'는 발매 후 2주간 400만장 팔렸는데, 이틀치 판매량이 300만장입니다.
증권가에선 대중성이 낮은 소울라이크 장르의 특성 등을 고려해, P의 거짓 판매량을 200만장 정도로 내다봅니다. 이 장르의 종가인 일본 프롬소프트웨어 작품 판매량은 지난해 출시된 '엘든링'이 2000만장, 2015년작 '블러드본'이 200만장입니다.
대작 게임을 만들 때 보통 5~6년 이상 걸리는데, 예산은 800억원 이상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과금 유도로 앞날을 보장해야 하는 회사가 패키지 게임에 온전히 힘 쏟기는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국내 게임사들은 수익 개선이 시급합니다.
네오위즈(095660)는 1분기 매출 685억38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5% 떨어졌습니다. 매출 가운데 PC·콘솔이 18.4% 하락했습니다.
콘솔게임 '붉은사막'을 개발 중인
펄어비스(263750)는 1분기 영업수익 858억원으로 전년 동기비 6.1% 하락했습니다.
반면 넥슨은 1분기 1조1920억원(1241억엔)에 영업이익 5406억원(563억엔)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36%와 46% 올랐는데요. 이는 '피파 온라인 4'와 중국 '던전 앤 파이터' 영향입니다.
네오위즈는 8월 23일~27일(현지시간)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세계 3대 게임쇼 '게임스컴 2023'에 'P의 거짓'으로 참가한다. (사진=네오위즈)
같은 인원이 게임을 한다 할 때, 패키지 게임은 한 번 사서 몇 시간에서 수십 시간 사이에 결말을 봅니다. 반면 온라인 게임은 수개월에서 수년간 업데이트된 게임을 하면서 과금이 지속됩니다.
이 때문에 회사가 도전과 모험을 시도하더라도 패키지 개발 비중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전언입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참신한 시도가 많은 패키지 게임의 경우 몇 년의 개발 기간을 거쳐 출시한 뒤 단기간 판매량으로 승부를 내야 하는데, 이건 수많은 직원의 생계와 주주 등을 고려하면 도박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시간과 인력을 들여 '도박'을 하더라도, 패키지 게임보다는 온라인 게임으로 지속적인 수익을 노리는 게 좀 더 유리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어 "회사는 먼 미래를 내다봐야 하는데, 그 미래를 패키지 게임에만 맡겨야 하느냐, 기존 과금 유도 온라인 게임에만 집중하느냐 중 하나만 고르라면 후자"라며 "넥슨이 과금 게임으로 탄탄한 '노아의 방주'를 만들었기 때문에, 그 든든한 울타리에서 데이브 더 다이버라는 수작이 나올 수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