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김영호 통일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역주행이 노골화되고 있습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지명 또한 여론을 살피지 않는 윤 대통령의 마이웨이로 봐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학폭과 방송장악 논란 등에도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이 강행될 경우 윤석열정부 들어 국회 동의 없이 임명한 장관급 인사만 16명에 달하게 됩니다. 행정부를 견제할 국회 역할이 '무용지물'로 전락한 셈입니다.
임기 2년차인데 15명 임명 강행…해임건의 거부도 2차례 '최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인사와 법안 등에서 야당과 극한 대치를 반복해 왔습니다. 역대 정부와 비교해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인사입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1년 3개월 동안 무려 15명의 장관급 인사의 임명을 국회 동의 없이 강행했습니다.
지난 2000년에 인사청문제도가 도입된 이후 이 정도로 장관급 인사 임명 강행 사례가 많았던 적은 없었습니다. 인사청문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노무현정부 땐 단 3명의 인사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됐습니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는 각각 10명과 17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문재인정부 땐 임명 강행 사례가 31명으로 최다를 기록했지만, 취임 후 1년 3개월을 기준으로는 5명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윤석열정부에선 장관급 인사들이 벌써 15명이나 국회의 동의 없이 임명됐습니다. 여기에 이동관 후보자까지 임명을 강행한다면 16명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윤석열정부 들어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임명이 강행되는 게 '일상화됐다'는 비판도 나오는 이유입니다.
특히 이 후보자에 대한 국민 여론은 싸늘합니다. 국민 60% 가까이가 방통위원장 지명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달 23일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이하 6월19~21일 조사,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전체 응답자의 59.9%는 방통위원장 지명에 대해 '반대한다'고 답했습니다. 또 지난달 20일 공개된 한국기자협회 설문조사(6월16일~19일 조사)에서도 현직 기자 80%가 이 후보자 임명을 반대했습니다.
2건 법안 거부권 행사…김영삼·김대중·문재인 '0건'
현직 대통령이 국회의 장관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례는 87년 체제 이후 헌정사상 총 3번 있었습니다. 이 중 윤석열정부 임기에서만 2번 일어났습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당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박진 외교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을 모두 거부했습니다. 특히 이 장관의 경우, 야당에서 지난해 12월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윤 대통령은 그 어떠한 정치적 책임도 묻지 않았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윤석열정부에서 국회에서 통과한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일도 잦아졌습니다. 87년 체제 이후 역대 정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사례를 살펴보면 5년의 임기 동안 노태우 전 대통령은 7건, 노무현 전 대통령은 6건, 이명박 전 대통령은 1건의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 4년간 2건 있었습니다. 전임 정부인 문재인정부에선 단 1건의 거부권 행사도 없었습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과 간호법 등 2건의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윤석열정부 임기가 2년도 안 된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87년 체제 이후 역대 정부에 비해 거부권 행사 횟수가 많은 셈입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야당이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과 방송법 개정안 등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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