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단식 '진정성' 의문
국민의힘 "방탄 단식"…민주당 내부조차 "회의론"
2023-09-04 06:00:00 2023-09-04 06:00:00
이재명(앞줄 가운데) 민주당 대표가 1일 국회 단식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윤석열정부 심판'을 내걸고 단식 투쟁에 돌입하면서 정국이 순식간에 얼어붙었습니다. 특히 제1야당 대표가 정기국회 직전 단식 승부수를 꺼내자, 당장 여당에선 "방탄 단식"이라고 평가 절하했습니다. 이 대표는 "윤석열정권의 퇴행·폭주·민생포기·국정포기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단식 불가피론을 띄웠지만, 3일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에 따라 제1야당 대표의 단식 투쟁 함의인 당내 사퇴론 무마 국회 체포동의안 부결 검찰 압박 등을 둘러싼 논란은 더 거세질 전망입니다. 
 
이재명(가운데) 민주당 대표가 1일 국회 앞 단식농성장에서 물병을 잠그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①내부 사퇴론 선제방어
 
이 대표 입장에서 이번 단식은 먼저 정기국회 이후 더 세차게 불어닥칠 당내 사퇴요구에 대한 선제적 방어 의미를 지닙니다. 최전선에서 단식하는 당대표를 향해 면전에서 사퇴하라는 요구가 이전처럼 쉽게 나올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대표가 단식하며 고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원들도 곧 국정감사 시즌을 맞아 더 집중해서 여당과 싸우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제1야당 대표가 최전선에서 단식 투쟁에 들어간 만큼, '조기 사퇴는 불가능하다'는 친명(친이재명)계 논리가 명분을 쥘 수 있다는 뜻입니다.
 
②체포동의안 부결 노림수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시 국회로 넘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체포동의안 부결을 노리는 노림수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는 단식 중인 당대표를 물증 없이 혐의만으로 검찰에 제물로 내줄 수 있겠느냐는 주장으로 연결됩니다. 이미 친명계 일부는 지난 의원 워크숍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당론으로 부결시켜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부결 주장이 당내에서 더 힘받을 명분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하지만 친명계는 '방탄 단식' 의혹에 철저히 선을 그었습니다. 박성준 대변인은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프레임을 씌우고 싶겠지만, 이 대표는 그러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고 강변했습니다.
 
반면 비명(비이재명)계 초선 의원은 "이번 단식 의도를 정말 모르겠다"고 지적했고, 다른 비명계 초선 의원도 "왜 단식을 하는지 국민이 제일 이해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의구심을 품었습니다.
 
윤재옥(오른쪽)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일 오전 단식 농성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주재하는 최고위원회가 열리고 있는 국회 본청 천막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③4일 끝내 출석 무산'검찰 압박용'
 
검찰과 소환 일정을 놓고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단식 카드를 향후 검찰과의 기 싸움에 적절히 이용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수사 주체인 검찰로서는 피의자인 이 대표가 단식 농성을 이어갈수록 건강 관련해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 이 대표는 4일 오전에만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받고 11일에서 15일 중 하루에 나머지 추가 조사를 받겠다고 통보했지만, 검찰은 4일 전체 조사를 진행하겠다며 거부했습니다. 
 
무엇보다 그간 힘없는 소수가 주로 선택했던 단식 카드를 원내 다수당이자 제1야당 대표가 꺼내 들었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옵니다. 여러 민생 법안 처리가 시급한 정기국회에서 '의석의 힘'으로 민생 구하기에 매진하기보다 본인 스스로 소수의 길을 선택했다는 지적입니다. 언론과 대중 시선 역시 민주당의 정기국회 활약보다 이 대표 단식에 쏠리게 됐다는 점에서 스스로 역효과를 유발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단식은 과거 아날로그 방식이 아니겠느냐. 현시대에서 단식은 국민이 공감하지 않는다"며 "이 대표와 민주당이 생각해야 하는 게 지금처럼 정부여당만을 상대할 게 아니라 국민을 상대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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