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다소 수그러들었던 대규모 전세 사기 폭풍이 경기 수원, 대전 등을 중심으로 불거지면서 서민 주거 불안이 또 다시 가중되고 있습니다. 특히 피해 임차인들이 늘어나면서 피해보증금 규모도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18일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등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경기도 수원에서 한 임대인에게 전세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 신고가 잇따라 접수되면서 또 한 번의 대규모 전세사기가 터질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18일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등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경기도 수원에서 한 임대인에게 전세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 신고가 잇따라 접수되면서 또 한 번의 대규모 전세사기가 터질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사진은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수원대책위원회.(사진=뉴시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수원대책위원회(대책위)는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놓인 임차인들의 예상 피해 세대가 600세대를 넘어설 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피의자 정모 씨 일가는 경기 수원지역을 중심으로 빌라와 오피스텔 여러 채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책위는 "(이 사건 피고소인인) 정모 씨 일가가 소유한 건물은 법인 소유 포함 51개"라며 "이 중 3개 건물은 경매가 예정돼 있고, 2개 건물은 압류에 들어간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피해가 예상되는 주택의 세대수는 671세대"라며 "예상 피해액(전세 보증금)을 알려준 세대는 394세대이며, 액수는 475억원 상당"이라고 전했습니다.
대책위는 세대당 예상 피해액이 1억2000만원 상당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피해액은 총 81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수원에 이어 대전에서도 대규모 전세사기가 터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날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 등의 혐의로 김모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운영 중인 ‘전세임대주택 지원제도’를 악용해 공사로부터 ‘깡통주택’ 155채에 대한 전세임대차보증금 약 159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국에 연이은 전세사기로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추가 대책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테크 임대차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발생한 전세 보증사고 금액은 3조1245억원(1만3903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사고 금액인 1조1726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세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입니다.
앞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조오섭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한 해 전세 보증사고 규모는 3조7861억원으로 예상된 바 있습니다.
18일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등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경기도 수원에서 한 임대인에게 전세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 신고가 잇따라 접수되면서 또 한 번의 대규모 전세사기가 터질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사진은 전세사기 피해 주택.(사진=뉴시스)
문제는 전세사기 피해자 보증금을 상당수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크다는 점입니다.
지자체의 기초 조사를 거쳐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 접수된 전세사기 신청 건 100건 중 15건은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한국도시연구소와 주거권네트워크에 따르면 올해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를 본 1490가구의 등기부등본을 분석한 결과, 이 중 71.2%(1061가구)는 보증금 일부를 다른 담보권자에 앞서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최우선변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1579가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도 '정부와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지원 대책을 한 가지라도 이용했다'고 답한 가구는 17.5%(276가구)에 그쳤습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세입자 보호를 위한 최후의 보루인 우선변제 보증금조차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 의해 금융기관의 선순위 근저당권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며 "우선변제 대상 보증금 상한 확대 및 소급 적용, 근저당권 설정 당시의 우선변제 보증금은 재계약으로 인한 보증금 액수와 상관없이 보장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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