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자이글(234920)의 감사보고서 의견거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2차전지 사업진출을 위해 현물 출자한 미국 ‘자이셀’의 지분 가치 평가 적정성을 두고 감사인과 회사 측의 이견이 발생할 수 있어섭니다. 자이글은 자이셀 지분을 192억원으로 평가했는데요. 자이글이 현물출자 한 자산의 당초 평가금액은 7억원에 불과했습니다. 이에 시장 일각에선 자이글과 외부평가 회계법인이 현물 출자 자산의 가격을 고의로 부풀린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옵니다.
반년새 27배 부풀려진 자산가치…감사의견에 촉각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이글은 지난 3분기 보고서 기준 자이셀(ZAICELL JV LLC) 지분 30%의 가치를 191억8050만원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앞서 자이글은 지난 7월 보유하고 있던 2차전지 제조설비 일부와 특허권을 자이셀에 넘기면서 자이셀 지분 30%를 확보했습니다.
2차전지 제조설비는 자이글이 지난해 말 씨엠파트너로부터 74억원에 양수한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공장설비입니다. 당시 자이글은 토지 54억원, 건물 13억원, 기계설비 등 7억원에 해당 공장과 2차전지 제조관련 설비 및 특허 등을 인수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양수 당시 대부분(63억원)은 대출로 납부했습니다.
자이글은 현물출자와 관련해 “씨엠파트너와의 자산 양수도 계약을 통해 배터리 개발 및 생산에 관한 모든 기술을 이전받았다”고 밝혔는데요. 결과적으로 토지와 건물을 제외한 2차전지 제조 설비와 특허권 등의 인수가격은 7억원에 불가합니다. 그러나 인수 반년여 만에 해당 설비와 특허기술 가치는 192억원으로 27배 이상 부풀려졌죠.
자이글의 경우 올해 반기 기준 366억원의 자기자본을 보유하고 있었는데요. 이번 현물출자를 통해 3분기 자기자본은 538억원으로 47% 급증했습니다. 자이글의 자기자본 증가이 증가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자이글이 현물출자한 설비의 가치가 의도적으로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해당 현물출자의 가치에 대한 적정성을 판단하기 힘들 경우 올해 사업보고서에서 감사의견 ‘비적정’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먼지만 쌓이는 192억 제조설비…"방치된 유령 공장"
자이셀의 2차전지 사업은 사실상 주체만 바뀌었을 뿐 기존 씨엠파트너의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자이셀은 미국 현지내 공장설립이 완공될 경우 씨엠파트너가 사용하던 평택부지의 기계설비를 통해 LFP(리튬·인산·철)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입니다.
다만 자이글과 자이셀의 2차전지 사업 핵심인 평택 공장은 오랫동안 방치된 것으로 확인됩니다. 최근 방문한 평택시 모곡동 인근 산업단지에는 여러 공장이 분주히 돌아가고 있었는데요. 자이글 소유 2차전지 공장부지는 출입문이 굳게 잠겨진 채로 사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오랜 시간 방치된 듯 공장 곳곳의 페인트가 지워진 상태였습니다.
인근 공장 관계자는 “이곳에서 근무한지 오래되지 않아 (자이글 공장이) 가동이 멈춘지 얼마나 됐는지는 모른다”면서도 “그냥 폐공장으로 생각했고 밤에는 꼭 유령이라도 나올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공장이 돌아가면 화물차가 하루에도 4~5대씩 오가는데 해당 공장에 오가는 화물차를 본적은 한번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자이글도 국내 공장의 경우 가동을 중단한 상태라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자이글 관계자는 "2차전지 사업 관련 진행내용이나 결과를 공시 전, 사전에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자이셀과의 2차전지 사업은 각종 계약을 협의 진행 중에 있고 제조설비는 미국공장에서 사용할 예정이다"고 밝혔습니다.
외부평가에 따르면 자이글은 해당 평택부지 설비를 통해 자이셀이 내년에만 776억원의 2차전지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추정했으며, 2031년에는 9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현물출자 후 외부평가, 회계법인과 짜고 치기 의혹도
자이글을 해당 현물출자를 위해 신한회계법인으로부터 외부평가를 받을 것으로 확인되는데요. 유무형자산의 가치평가 시점에도 의문이 남습니다. 자이글은 지난 7월27일 192억원에 유무형자산을 양도했는데요. 당시 해당 자산의 외부평가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외부평가가 완료된 것은 지난 8월22일이죠. 신한회계법인은 8월2일부터 8월22일까지 외부평가를 진행했고 평가금액 192억원을 ‘적정’으로 평가했습니다.
자이글의 자이셀 지분 인수의 경우 현물출자를 위한 유무형자산 양도가 완료된 이후에 뒤늦게 가치평가를 진행했는데요. 가치평가 금액이 미리 정해진 상황에서 회계법인은 자이글의 의견에 맞춰 계산기 역할만 한 것이 아니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통상 외부평가를 미리 받고 현물출자를 통한 타법인 취득이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법원의 제동으로 현물출자가 무산된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평가 역시
CJ CGV(079160)의 신주 발행에 앞서 현물출자 자산에 대한 외부평가가 이뤄졌습니다.
익명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물출자 대상이되는 유무형자산의 경우 현금처럼 가치가 명확하지 않아 ‘가치평가’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여기에서 가치가 부풀려지는 경우가 많다”며 “현물출자 규모를 과대 계상했을 경우 회계부정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평택시 모곡동 인근 자이글 공장 부지. (사진=박준형 기자)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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