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고문과 MBK파트너스는 현재 최대주주이자 차남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을 제치고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인데요. 2020년 이후 한국앤컴퍼니 경영권을 놓고 '형제의 난'이 재점화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왼쪽), 조현식 고문.(사진=한국앤컴퍼니)
MBK파트너스는 오는 24일까지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공개 매수한다고 5일 공시했습니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2만원으로 전날 종가(1만6820원)에 경영권 프리미엄 18.9%를 더한 가격입니다.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를 통해 총 발행주식 수의 최소 20.35%(1931만5214주)에서 최대 27.32%(2593만4385주)를 매입합니다. 인수 주체는 특수목적회사(SPC)인 주식회사 벤튜라로, MBK파트너스스페셜시튜에이션스2호펀드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벤튜라는 한국앤컴퍼니의 주요 주주인 조 고문, 조 명예회장 차녀인 조희원 씨와 지난달 30일 공개매수 및 보유주식에 대한 권리행사와 관련한 주주간 계약서를 체결했습니다. 사실상 조 고문과 조희원 씨가 손잡고 한국앤컴퍼니 지분 대결에 나선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현재 조 고문은 한국앤컴퍼니 지분 18.93%, 조희원씨 10.61%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공개매수 후 최소 지분 취득의 경우 벤튜라가 20.35%를 보유하게 돼 조 고문 측 지분율은 49.89%가 됩니다. 최대치는 56.86%입니다. 조 회장의 한국앤컴퍼니 지분율은 42.03%로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조 고문 측이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한국앤컴퍼니 지분 구조.(그래픽=뉴스토마토)
벤튜라는 공개매수 목적에 대해 "한국앤컴퍼니는 최대주주의 횡령, 배임 이슈로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다"며 "경영권을 확보해 지배구조 개선, 경영 혁신, 주주 가치 제고 및 재무 구조 효율화를 추진,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공개매수로 한국타이어 일가의 형제의 난은 3년여 만에 다시 촉발될 전망입니다. 2020년 6월 조 명예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23.59%)을 조 회장에게 넘겼습니다. 조 회장은 최대주주로 올라섰죠.
이에 장남인 조 고문과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반발, "아버지의 결정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따라 이뤄진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며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이후 이듬해 12월 조 회장이 한국앤컴퍼니 회장으로 선임되고 조 고문은 부회장에서 고문으로 밀려났습니다. 지난해 법원이 한정후견 개시 심판까지 기각하면서 자녀들 사이의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종식됐습니다.
하지만 조 회장이 지난 3월 200억원대 횡령 및 배임과 계열사 간 부당지원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회사가 사법리스크에 빠지자 조 고문 측이 재차 반격에 나선 것입니다. 또 재판부가 성년후견을 받아들일 경우 조 명예회장과 조 회장 간 지분 매매가 무효화될 수 있어 경영권 분쟁의 불씨도 남아있습니다.
다만 조 고문 측이 공개매수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 회장 측이 가격을 올려 공개매수에 나설 경우 지분 8%가량만 더 확보해도 지분율은 50%를 넘어가기 때문이죠.
또 공개매수 결정으로 주가가 이미 공개매수가격(2만원)을 넘어선 것도 조 고문 측에는 부담 요인입니다. 이날 12시 기준 2만1850원으로 전일 대비 29.9% 올라 주주 입장에서는 공개매수에 응하는 것이 오히려 손실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조 회장은 경영권을 방어하려면 본인이 보유한 지분 외에 8% 이상의 우호 지분을 확보하거나 공개매수 기간의 주가를 2만원 이상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조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극복하고 우호 세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이번 경영권 분쟁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경영권이 흔들릴 정도의 위기상황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MBK파트너스는 이번 공개 매수 성공시 한국앤컴퍼니를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50%를 넘는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확보하는 경우 MBK파트너스가 한국앤컴퍼니 이사 총수의 절반을 초과하는 수의 이사를 지명하며 조 고문과 조희원 씨는 이사 총수에서 MBK파트너스가 지명한 이사의 수를 뺀 수에 1명을 더 뺀 수의 이사를 지명하기로 했습니다. MBK파트너스가 이사 지명권을 조 고문 측보다 더 많이 가져가 사모펀드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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