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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12일 17:0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연말이 되자 인터넷전문은행(인터넷은행)들이 앞다퉈 중저신용자대출 유치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태생적으로 기존 은행권이 소홀히 했던 포용금융과 디지털 금융 혁신의 대안책으로 만들어진 인터넷은행이기에 당연히 짊어져야 할 역할이다. 하지만 건전성관리나 금리 여부에 상관없이 금융당국에 약속한 연간 목표치를 채워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 무리수를 두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
(사진=연합뉴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인터넷은행3사(
카카오뱅크(323410)와 케이뱅크, 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KCB기준, 신용평점 하위 50%) 대출 비중은 카카오뱅크 28.7%, 케이뱅크 26.5%, 토스뱅크 34.5%로 나타났다. 당초 3사가 제시한 올해 목표치가 카카오뱅크 30%, 케이뱅크 32%, 토스뱅크 44%였던 것을 감안하면 카카오뱅크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목표치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목표치 달성을 위한 인터넷은행들의 행보는 적극적이다. 금리가 녹록지 않은 최근의 상황에서 중저신용자에게 보다 낮은 금리와 혜택을 보장하며 대출상품을 출시했고, 고신용자보다 중저신용자의 금리를 더 낮게 책정하는 기현상을 빚기도 했다.
이는 인터넷은행들이 연말까지 규제비율을 맞추지 못할 경우 마이데이터 등 신사업 진출에 불이익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시장의 흐름에 역행하는 금융당국의 과도한 규제가 인터넷은행의 건전성을 갉아먹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서 중저신용자에게 포용금융이 필요했던 이유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면서 결국 급전이 필요하지만 신용도가 낮다 보니 기존 은행권에서 대출이 이뤄지지 않았던 서민들이 저축은행을 넘어 고리 대부업을 찾는 벼랑 끝으로 떠밀리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 게 불과 몇 년 전이다. 이에 금융당국이 나서서 인터넷은행들에게 기존 은행들이 포용하지 못했던 중저신용자들을 부분 흡수하도록 독려하면서 제 역할을 해 준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성과다.
지난해 말 기준 인터넷은행 3사의 전체 가계신용대출에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적게는 25%에서 많게는 40.4%에 이르렀는데, 이는 같은해 3월에 19.9~31.4%였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였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시중은행들에게는 고금리 기조 속에 대출금리를 낮추도록 권고했다는 것이고, 이는 곧 중저신용자들이 더 이상 시중은행의 대출을 이용하기 힘들게 만든 주요인이 됐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인터넷전문은행들은 포용금융에 소홀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건전성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최근 금융당국도 인터넷은행의 건전성 관리를 위해 내년부터는 인터넷은행 3사의 중저신용자대출 비중 목표치를 동일하게 부여할 계획이라는 설도 나온다. 목표치에 기존의 신용대출에 이어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대출 비중을 정하고 규제를 명문화해 목표치에 미달할 경우 직접적인 불이익을 주겠다는 계획보다 더 중요한 건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아닐까.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이 보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성이 있다. 인터넷은행들이 체계적인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구축해 건전성을 갖춘 중저신용자에게 대출이 이뤄지는 시스템의 전환이 실현될 경우, 시중은행보다 중저신용자의 금리가 높아지겠지만 제2금융권보다 안정적으로 낮은 금리의 대출이 이뤄져 서민 보호의 완충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장용준 금융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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