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챗GPT가 촉발한 AI(인공지능) 산업이 확장을 거듭하는 가운데 세계 각국 정부는 속속 규제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산업 진흥과 부작용 방지 등 이해관계에 따라 견해가 엇갈리는 만큼 EU와 미국 등 주요 국가는 저마다 국익을 위한 기준 마련에 집중하는 모습인데요. 이 같은 소용돌이 속 우리나라 역시 AI 시장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기준과 정책 준비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AI(인공지능)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8일 EU는 세계 최초로 AI 기술 규제 법안인 ‘AI 법(AI Act)’에 합의했습니다. AI의 위험성을 분류하고 투명성을 강화하며,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에는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는데요. AI 산업의 폐해에 대한 광범위한 위험을 통제하는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이 주도하는 AI를 규제하고 유럽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취지가 강합니다.
반면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와 같은 주요 빅테크 기업이 경제를 이끄는 미국은 ‘자율 규제’ 형태로 기업을 중심으로 한 가이드라인 성격의 규범을 확립하기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포괄적인 규제보다는 진흥에 방점을 찍어 AI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겁니다.
이러한 글로벌 규제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도 AI 정책 마련에 잰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EU식 포괄 규제와 미국식 자율 규제 등 선진국의 기조를 막연히 쫓지 않고 우리나라만의 규범 마련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AI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산업의 육성과 부작용의 규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난제를 풀어야 하는 처지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는 AI 산출물의 저작권 등록을 불허하고 저작권자에게 적절한 보상 등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첫 AI 저작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는데요. AI 업계는 “글로벌 경쟁에 뒤처질 수 있다”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는 AI 산업의 ‘발전’과 ‘규제’를 함께 담은 거시적 차원의 법안을 마련했지만 현재 계류 중인 상태입니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플라자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시대, 글로벌 규범 논의 주도를 위한 간담회' 에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정부는 산업의 육성과 규제 정책의 밸런스를 찾기 위한 과정을 진행 중인데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8일 미국과 EU의 AI 규범 주도권 경쟁 동향을 공유하는 간담회를 진행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았습니다. 박운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미국식 자율규제와 EU의 강력한 규제 등 서로 다른 규율이 추진되는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는 우리에게 주어진 혁신의 기회를 잘 살리고 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는 균형적 접근이 중요하다”라고 밝혔습니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앞줄 오른쪽 다섯번째)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소재 디캠프 프론트원에서 개최된 인공지능 스타트업 간담회에 참석한 인공지능 스타트업계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개인정보위)
같은 달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AI 특성을 반영한 개인정보 규율체계를 모색하기 위해 스타트업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개인정보위원회는 올해 AI 정책 등 가이드라인 6종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고학수 개인정보위원장은 “EU는 역내 산업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AI 액트’가 만들어졌고, 미국도 행정명령에 담긴 내용을 보면 상당 부분이 앞서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한국도 국익을 보고 판단해야 하고 한국의 독자적 입장과 글로벌 시장 입지를 고려해 ‘한국적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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