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영화 배급 시장의 '만년 2인자'로 불리던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약진에 밀려 체면을 구긴
CJ ENM(035760)이 반전 카드를 찾고 있습니다. 반전 카드 주인공은 '신과 함께' 1~2편으로 쌍천만 영화감독 반열에 오른 김용화 감독인데요. 업계에서는 '신과 함께' 3~4편을 CJ ENM과 협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죽쑤는 CJ 뒤로 하고 롯데, 약진 앞으로
CJ ENM은 작년 한 해 한국영화 5편을 투자 배급했지만 단 한편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5편의 한국영화가 끌어 모은 관객 수는 각각 ‘유령’ 66만명, ‘카운트’ 39만명, ‘천박사 퇴마연구소’ 191만명, ‘소년들’ 47만명입니다. 특히 ‘더 문’은 여름 성수기 시장에 개봉한 ‘텐트폴(대작영화)’ 영화였지만 가장 처참한 실패를 거뒀습니다. 280억원이 투입된 ‘더 문’ 손익분기점은 관객 600만명이었지만 최종 스코어는 51만명. 손익분기점 10분의 1도 채우지 못했습니다. 지난 10일 개봉한 ‘외계+인’ 2부는 30일 현재까지 누적 관객 수 131만명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추정 제작비만 370억원이 투입된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700만명대. 실패가 확정적입니다.
연이은 투자 실패가 이어지면서 CJ ENM이 영화 사업에서 철수할 것이란 관측이 작년 하반기부터 나왔습니다. 구창근 CJ ENM 대표는 작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 ‘CJ의 밤’ 행사를 통해 “영화 사업 철수는 없다”고 선언하며 영화인들과 투자자들을 진정시켰는데요.
하지만 CJ ENM의 행보는 묘했습니다. 통상적으로 투자 배급사들은 부산영화제를 통해 다음 해 라인업 발표를 하지만 CJ ENM은 작년 행사에서 ‘2024년 신작 라인업’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다음 달 7일 ‘도그데이즈’가 개봉하지만 투자 배급사에서 배치하는 비수기 라인업에 속합니다. 올해 1월 개봉 예정이던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주연 배우 이선균 사망으로 무기한 개봉이 연기된 상태입니다. CJ ENM에게 남은 올해 대작 영화는 ‘하얼빈’과 ‘베테랑2’ 정도가 있지만 하반기 개봉도 여부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올해 라인업 자체가 불투명합니다.
영화 시장의 부진한 성과로 CJ ENM은 ‘코로나19’ 펜데믹 이전인 2019년 1월말 국내 시가총액 규모 4조6800억원대 ‘공룡 회사’에서 5년이 지난 1월30일 현재 1조55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습니다.
CJ ENM이 영화 시장에서 침체를 겪던 시기, 롯데엔터는 여러 흥행 카드를 선보입니다.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 파라마운트 국내 배급권을 가진 롯데엔터는 ‘코로나19’가 극성이던 2022년 ‘탑건: 매버릭’을 통해 822만명의 기록적인 흥행을 거둡니다. 이듬해에는 여름 시장 ‘한산: 용의 출현’ 투자 배급을 담당하면서 726만명을 동원시켰습니다. 이어 곧바로 개봉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국내 영화상을 휩쓸며 웰메이드 대작으로 이름값을 높였습니다. 같은 시기 파라마운트의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도 402만명을 동원시켰습니다. CJ ENM과 완벽하게 상반된 행보였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만년 2위에 머물던 롯데엔터의 약진이 돋보이는 상황에서 CJ ENM이 연거푸 흥행에 실패하면서 반전 카드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용화 감독. 사진=CJ ENM
덱스터스튜디오, 최대 주주 ‘김용화’ 2대 주주 ‘CJ ENM’
업계에선 CJ ENM이 분위기 반전에 나설 카드를 마련하고 있다고 판단하는데요. 반전 카드 주인공은 김용화 감독입니다. 김 감독은 작년 ‘더 문’으로 CJ ENM에게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준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김 감독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신과 함께’ 1~2편의 쌍천만 관객을 이끈 흥행 감독이기 때문입니다. 김 감독은 ‘더 문’ 개봉 당시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차기작은 ‘신과 함께’ 3~4편”이라 밝힌 바 있습니다.
현재까지 ‘신과 함께’ 3~4편 투자 배급사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신과 함께’ 1~2편은 롯데엔테 투자 배급으로 이뤄졌지만, 김 감독과 3~4편 투자 배급 계약은 하지 않았습니다. ‘신과 함께’ 1~2편 총 제작비는 400억원 규모였습니다. 영화 업계에서 이만큼의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회사로는 롯데엔터와 CJ ENM뿐입니다.
참고로
CJ ENM은
‘신과 함께
’ 1~2편 공동제작사
덱스터(206560)스튜디오의
2대 주주
(6.74%)입니다
. 덱스터 최대주주는 김용화 감독
(19.24%)입니다
. ‘코로나
19’ 펜데믹 이전인
2019년
1월과
4월
CJ ENM은 두 차례에 걸쳐 덱스터 인수설 중심에 선 바 있습니다
. 2대 주주 지위는 이듬해인
2020년에 이뤄졌습니다
.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셀 수 없는 작품들을 함께 해 왔다"면서 "김 감독과 CJ ENM의 협업은 언제라도 가능한 관계"라고 말했습니다.
CJ ENM의 뉴미디어 콘텐츠 제작, ‘신과 함께’ IP 주목
테마파크 조성 등 미래 산업 방향성에서도 CJ ENM에 '신과 함께'는 매력적인 아이템입니다. CJ ENM은 2020년 덱스터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면서 공시를 통해 "영화 드라마 등 기존 미디어 뿐만 아니라 테마파크, VR·AR 등 뉴미디어 영상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 협력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영화계 관계자는 "CJ ENM이 김 감독 손을 잡고 신과 함께 3~4편을 함께 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신과 함께는 테마파크를 비롯해 다양한 VR·AR 콘텐츠 전환이 가능한 국내 거의 유일한 영화 IP(지식재산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협업 가능성에 대해 CJ ENM 관계자는 "'신과 함께' 3~4편 투자 배급에 대해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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