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3월 주요 기업들의 주주총회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더욱 집중될 전망입니다. 정기주총 시즌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맞물리면서 행동주의펀드를 비롯한 소액주주들의 주주제안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일부 기업의 주주들은 주주명부열람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주주제안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경영권 분쟁 주주제안 늘어난다…주주명부열람 증가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에서 나온 경영권분쟁 소송 공시는 총 44건으로 지난 10년 평균(21.4건)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경영권 분쟁은 통상 기업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주주 간 혹은 주주와 전문경영인 사이에 발생하는데요. 주주명부열람 등의 소송도 경영권분쟁에 해당합니다. 올해 경영권분쟁 공시 중에선 주주명부열람 사유가 9건 포함됐습니다.
관련 공시가 증가하면서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주주제안도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주주명부열람 역시 주주제안의 선행지표로 볼 수 있습니다. 통상 주주명부 열람 신청은 경영권 분쟁 과정의 초기에 발생합니다. 신청자가 자신의 우호 지분을 파악하고 의결권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소액주주가 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행동이 주주명부 열람 청구”라면서 “주주들 간의 낮은 연결성을 결집할 수 있기 때문에 주주명부열람을 청구한 것만으로도 지배주주를 견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국내 상장기업들은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들의 주주제안을 수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습니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정기주총 공고를 통해 주주제안이 확인된 26개사, 114개의 주주제안 중에서 가결된 안건은 11개(9.6%)에 그쳤습니다. 나머지 89개(78.1%)가 부결됐고 14개(12.3%)는 철회 또는 자동폐기됐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른 양상이 펼쳐질 전망입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제안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효과가 더해져 주주제안을 수용하는 기업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종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처럼 기업들의 무조건적인 방어적 자세보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기업가치 증가를 목표로 대화하고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한국에 앞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한 일본의 경우 자율적으로 주주 가치 증가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들에 대한 주주제안이 늘었다”면서 “일본의 사례에서처럼 외국 행동주의펀드들의 주주제안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밸류업 겹친 주총시즌…주주연합·행동주의펀드, 의결권 확보 총력
정부는 지난달 26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을 발표했습니다. 국내 전체 상장사가 기업가치 개선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 계획을 수립해 1년에 한 번씩 자율적으로 공시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정부는 프로그램 이행에 적극적인 기업에 세제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우수기업에 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관련 지수와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주주총회 시즌에 맞춰 발표되면서 행동주의펀드 등의 주주제안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부 행동주의펀드와 주요 주주들은 발 빠르게 주주제안과 함께 의결권 확보에 나섰습니다.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 안다자산운용, 씨티오브런던인베스트 등 행동주의펀드는 지난달 27일부터 28일가지
삼성물산(028260)에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를 요구하며 ‘의결권대리행사 권유’ 공시를 냈습니다.
일부 대기업들은 밸류업 프로그램 예고와 함께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지난달 6일 8000억원 규모의 자사주(491만9974주) 소각 결정을 공시했으며,
기아(000270)는 올 상반기 내 자사주 50%를 소각할 계획입니다.
현대차(005380)는 배당성향 25%와 분기배당을 약속했습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 정책에 발맞춘 기업의 자발적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면서 “이익체력과 자본력이 충분한 대기업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중장기 주주환원율 목표 및 방법론 등이 제시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과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맞물리면서 기업들의 주주환원과 주주들의 주주제안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임시주총장 모습.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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