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승은 기자] ‘사교육비를 24조원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정부 공언이 공염불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교육비 총액이 27조원을 넘기는 등 3년 연속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어학연수 비용 등도 모두 늘어 가계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대졸과 고졸의 임금 격차를 줄이지 않을 경우 사교육비 해결은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장기적인 개선방향은 찾되, 단기적으로 'EBS 프리미엄' 무료 전환 등 정책을 통한 양질의 사교육 제공이 필요하다는 조언입니다.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초중고사교육비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1년 전보다 4.5% 늘어난 27조100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1인당 사교육비 '역대 최대'
사교육비는 지난 2021년(23조4200억원), 2022년(26조원) 모두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우며 '최악'의 지표를 나타냈습니다. 앞서 교육부는 "사교육비를 24조원 수준으로 묶고 1인당 사교육비 증가율을 물가 상승률 이내로 잡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바 있습니다.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초중고사교육비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1년 전보다 4.5% 늘어난 27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정작 뚜껑을 열어 보니 24조원을 훌쩍 웃도는 수준으로, 상승률 역시 작년 물가상승률(3.6%)보다 높았습니다. 전체 학생 한 명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3.4만원으로 역대 가장 높습니다.
박은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사교육이 크게 줄었는데, 이에 대한 반등으로 지난 3년간 사교육비가 많이 증가했다"면서도 "정부의 사기업 경감 노력에도 사교육 참여율이나 참여 시간 등 사교육 양 자체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교육비 총액 중 초등학교가 차지하는 비중은 12조4000억원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초등학교는 지난해보다 4.3% 늘었고, 중학교(7조2000억원)와 고등학교(7조5000억원)는 각각 1.0%, 8.2% 증가했습니다.
총액과 함께 사교육 참여율,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사교육 주당 참여 시간 모두 증가 추이를 보였습니다.
사교육 참여율은 78.5%로 전년 대비 0.2%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사교육비 총액과 마찬가지로 초등학교(86.0%)가 가장 높았습니다. 중학교(75.4%)와 고등학교(66.4%) 등도 뒤를 이었습니다.
학생 한 명당 월평균 사교육비를 보면 전체 학생은 전년보다 5.8% 늘어난 43.4만원, 사교육 참여 학생은 5.5% 늘어난 55.3만원이었습니다.
학생들이 주당 사교육에 참여하는 시간은 7.3시간으로 전년 대비 0.1시간 늘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중학교(7.4시간), 초등학교(7.5시간), 고등학교(6.7시간) 순이었습니다.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는 각각 1년 전보다 0.1시간 늘었습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중학교만 유일하게 주당 사교육 참여 시간이 0.1시간 줄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지난해 연간 71만원에 달하는 'EBS 중학 프리미엄'이 전면 무료로 전환된 게 크게 작용했습니다. EBS 중학 프리미엄은 전체 중학생 4명 중 1명꼴인 31만명이 이용했습니다.
박은영 복지통계과장은 "작년 EBS 중학 프리미엄이 무료 전환되며 중학생 사교육 참여 시간은 다소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어학연수 총액은 1619억원이며, 참여율은 0.5%입니다. 어학연수는 코로나 완화 등으로 전년 대비 330.9% 폭증했습니다. 다만, 코로나 이전 수준인 2019년 4451억원에 비해서는 여전히 적은 수준입니다.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초중고사교육비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1년 전보다 4.5% 늘어난 27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임금 격차 '해소'…양질 교육 '관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결국 대졸과 고졸 사이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게 핵심입니다.
이길영 한국외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북유럽과 같이, 대졸과 고졸의 임금 격차가 크게 나지 않는 환경이라면 가성비 측면에서 대학 진학에 대한 욕구가 누그러질 것"이라며 "현재 한국의 노동 상황에서는 대졸과 고졸의 임금 차이가 눈에 띌 만큼 크게 벌어지고 있어 사교육에 대한 열풍도 식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노동 시장 관점에서 복합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사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 교육을 더 많이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교육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이길영 교수는 "지난 2000년대 초반 실시했던 '멘토링' 제도와 같이 양질의 사교육을 정부가 내놓는 게 중요하다. 작년 실시했던 EBS 중학 프리미엄 전면 무료 전환과 같이 학부모가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 만큼, 신뢰성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내놔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3월1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위치한 한 의대 입시 전문 학원 앞에 의대 준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백승은 기자 100win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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