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누적 관객수 117만명을 넘으며 흥행하고 있는데요. 정치적 목적성과 타깃층을 명확하게 한 마케팅 전략이 적중했다는 분석입니다. 영화계에서는 저예산으로 높은 이익을 창출했다는 점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으로 평가하지만, 반대로 역사왜곡 논란과 급조된 결과물로 인해 제작물 자체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건국전쟁의 흥행에 힘입어 후속 다큐 제작 소식도 들려오는데요. 제작 기간이 불과 3개월입니다.
개봉 2달여 만에 117만 관객을 끌어 모은 다큐멘터리 '건국전쟁'. 사진=연합뉴스
1000만보다 힘든 100만 흥행
지난달 1일 개봉 후 두 달 가까운 시간이 지난 28일 현재까지도 ‘건국전쟁’은 국내 박스오피스 TOP10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파묘’의 1000만 흥행에 비하면 크지 않아 보이지만 다큐멘터리의 100만 흥행은 상업 영화 1000만 흥행보다 더 주목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흥행 시장에서 다큐멘터리의 존재감은 미미합니다.
수익적 측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건국전쟁’ 제작비는 3억원 수준입니다. 일반적으로 다큐 장르 제작비는 1~3억원 내외. ‘건국전쟁’은 연출을 맡은 김덕영 감독이 2억원을 조달했고 나머지 금액은 김 감독이 기독교 보수단체 등과 협력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해 충당했습니다.
3억원으로 만든 영화가 단 두 달 만에 총 매출액 1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건국전쟁’ 배급을 맡은 ‘다큐스토리’는 김 감독이 대표자입니다. 100억원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극장과의 수익 배분(부율)에 따라 매출액을 5대5로 나누고 기타 비용을 제외한다 해도 40억원 가량 수익을 올린 셈이 됩니다. 돈 안 되던 장르가, 돈 되는 다큐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건국전쟁’ 흥행은 사실 다른 지점을 봐야 한다”면서 “비수기 시즌이라 해도 가늠키 힘든 수치를 넘어선 ‘숫자’가 나왔다는 건, 현재 국내 영화 시장의 약해진 체력을 반증한 것”이라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다큐멘터리는 흥행성을 갖춘 장르가 아님은 지난 15년의 개봉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 수 있다”라면서 “다큐 장르 100만 관객 돌파는 이슈와 시대상의 흐름을 반영한 명확성이 담기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명제”라 덧붙였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생애와 업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그리고 하얀 목련이 필때면' 제작 발표회에서 제작자인 가수 김흥국(오른쪽), 영화 감독 윤희성. 사진=뉴시스
국내 흥행 시장 약화 증명
역대 100만 관객을 돌파한 다큐멘터리를 살펴보면 2009년 ‘워낭소리’(296만), 2014년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480만), 2017년 ‘노무현입니다(185만) 뿐입니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 1000만 흥행작은 무려 16편이 시장에 쏟아졌습니다. 관객이 없어 ‘다큐 100만’이 이뤄지지 않은 게 아니었습니다.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다큐는 관람료를 지불하고 소비해야 하는 장르로 국내에선 인식되는 게 상당히 힘들다”면서 “재미가 없어 흥행이 안되는 게 아니라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이 극장 이외에도 많기 때문이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내 메이저 투자 배급사들이 다큐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메이저 투자 배급사를 포함, 국내 중소 투자 배급사들도 다큐멘터리 장르에 손을 대기 힘든 이유. 바로 ‘왜곡’ 논란에 빠져 상영 기간 동안 상당한 타격을 받을 우려도 있기 때문입니다. ‘건국전쟁’은 이른바 극단적 ‘우파’ 성향 시각에서 접근한 방향성으로 ‘왜곡’ 논란에 빠지면서 이슈와 파문의 중심에 선 상태입니다. 이런 방향성은 홍보와 마케팅 차원에서도 상당한 주목도를 끌어 낼 수 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한 영화 홍보 마케팅 관계자는 “정치권의 선거 열풍, 좌우 정치적 대립 그리고 무엇보다 극장가에 메시지적으로 대립되는 작품이 상영 중이다”라면서 “’역사 왜곡’ 논란조차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다큐멘터리에겐 홍보 마케팅 포인트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강력한 흥행작 한 편이 끌고 가는 영화 시장과 2등과 3등 수준 흥행작이 두터운 영화 시장 중 어디가 더 건강한 시장이라 보는가”라면서 “어떤 산업이든 허리가 두터워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과적으로 허리를 받치는 흥행 작품이 두텁지 못한 현재의 영화 시장 속 ‘틈새’를 넓히는 역할을 ‘건국전쟁’ 같은 영화가 했다는 분석입니다. 목적성과 타깃층이 명확한 정치적 성향의 다큐멘터리도 틈새시장을 파고들면 장르적 상업성이 있단 인식을 심어주게 됩니다. 실제로 김덕영 감독은 ‘건국전쟁’ 2편 제작을 결정했고, 가수 김흥국은 직접 제작사를 설립해 ‘박정희 육영수 여사’ 다큐를 제작, 오는 7월 개봉을 선언했습니다. 불과 3개월 만에 제작을 완료하겠다는 얘기입니다.
반면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선 관객 유입 측면에서 이런 흐름도 긍정적이란 입장입니다
. 황재현
CJ CGV(079160) 전략지원담당은
“’건국전쟁
’을 통해 장년층 이상의 극장 유입이 늘어난 건 분명하다
”면서
“장년층을 예비 소비 타깃으로 유입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콘텐츠의 시장 진출은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선 긍정적일 수 밖에 없다
”고 말했습니다
.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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