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소희 기자] 반도체 등 주력품목을 중심으로 한 수출 훈풍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는 더욱 가중되는 양상입니다. 미국의 대중 관세 전쟁까지 본격화되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수출 전선에 또 하나의 위험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6일 '2024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우리나라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이며 경기 회복세를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지정학적 갈등 고조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거나 중국의 부동산경기 부진이 실물경제로 파급될 경우 수출 악영향으로 번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중동 지역 갈등이 확대될 경우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생산비용 상승과 실질구매력 약화로 경기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중국경기의 침체는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해 말 미국 대선 이후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심화될 경우 글로벌 무역 위축은 불가피합니다. 이는 수출 중심의 성장세가 약화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1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미·중 갈등에 '불확실성' 커져
우리나라 수출은 반도체 상승세가 전반적인 수출액 상승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바닥을 쳤던 반도체 수출액은 2023년 11월부터 회복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해 11월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했습니다. 이어 12월엔 19%가 올랐습니다. 올해 1월 52.8% 급증 이후 2월 63%, 3월 34%, 4월에는 54% 상승 국면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반도체 등 주력 품목 중심으로 수출액이 회복세를 타고 있는 겁니다. 문제는 미·중 갈등으로 인한 리스크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최근 미국 정부는 중국산 전기차와 전기차용 배터리,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는 현행 25%에서 100%로 인상하며, 철강·알루미늄 및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의 관세를 25% 올리기로 했습니다. 반도체·태양전지도 50% 상향합니다. 또 핵심 광물 가운 천연 흑연·영구 자석의 관세는 0%에서 2026년 36%까지 상향합니다. 이외 다른 핵심 광물은 올해 0%에서 25%로 오릅니다.
미 정부는 "중국의 핵심 광물 채굴 및 정제 능력 집중은 미국의 공급망을 취약하게 만들고 국가 안보와 청정에너지 목표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배경을 밝힌 상황입니다.
현 바이든 정부뿐만 아니라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재집권 시 더 많은 품목에 대해 대중 관세를 올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중국 측은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위반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취소를 촉구한 상태입니다. 미국의 관세 인상은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도구화 하는 것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양국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로서는 또 하나의 위험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준형 KDI 부연구위원은 "최근 미국의 중국 관세 인상 등이 우리나라 수출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로선 긍정적·부정적 여부를 논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미·중 갈등 등이 우리나라 수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건 맞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4월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수출붐업코리아에서 해외바이어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리 업계 영향 '촉각'
이번 고율 관세 조치가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여기에 중국의 ‘보복 대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정부는 향후 국내에 미칠 파장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자동차·배터리 업계와 민관합동 간담회를 개최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양병내 산업부 통상차관부 주재로 열린 간담회에서는 미국이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중국 대상으로 관세 인상 조치를 발표한 것을 두고 미국·세계시장에서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논의했습니다.
자동차·배터리 업계는 이번 조치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의 반사이익 등의 가능성도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시장 외에서 중국 제품과의 과당 경쟁, 중국과의 공급망 연계 등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양 차관보는 "해당 조치로 인한 중국의 대응, 유럽연합(EU) 등 주요 시장의 반응 등을 지속 모니터링하겠다"며 "우리 업계의 공급망 다변화를 지원하는 등 우리 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패권 상황에 낀 우리나라가 경제적 실익 추구에 중점을 둬야한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18차 한·중 경제장관회의'에 이목이 쏠려 있는 분위기입니다.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한·중 간 경제 분야의 실질적 경제협력 강화 등이 어느정도 실익을 거둘 수 있을 지 예의주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국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한·중 경제협력 관계는 지난 성장과 발전 경험을 토대로 다음 두 가지 측면에서 호혜적 파트너십 관계로 고도화해 나가야한다"며 "양국 간 공급망 협력 관계를 더욱 심화시켜야한다. 요소·갈륨·흑연 등 원자재와 핵심광물 협력, 바이오, 청정에너지 등 신산업 분야의공급망 및 기술 협력으로 글로벌 산업을 선도해 나가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무역·투자 등의 전략적 협력도 강화해야한다. 서비스·투자 분야에서는 기업 진출의 장벽을 낮추고 신뢰 가능성을 높여 양국 기업에게 우호적인 경영 여건을 만들어 줘야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세종=김소희 기자 shk329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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