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채상병 수사’에 속도를 낼수록 역설적으로 특별검사가 필요하다는 ‘특검 당위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공수처가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권만 있을 뿐 기소권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재판에 넘겨지는 건 검찰 손에 달렸습니다.
‘채해병 수사 외압 의혹’에 윤석열 대통령이 연루된 정황이 공수처 수사과정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공수처로부터 수사를 넘겨받는 검찰이 정권의 눈치를 무릅쓰고 의혹에 연루된 '윗선'을 기소를 할 수 있을 지 여부가 미지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사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특검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습니다.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고위공직자수사처 (사진=뉴시스)
공수처, 채상병 사건 수사 잘해도 '검찰 손아귀'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VIP격노설’을 뒷받침할 증거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병대 수사단은 지난해 8월 채상병 사망과 관련된 자체 조사를 실시했고,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을 비롯한 8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판단한 자료를 경북경찰청에 법률에 따라 이첩했습니다.
하지만 자료는 곧바로 국방부로 회수됐습니다. 공수처는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사용한 휴대전화 번호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3차례 전화를 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병사 사망 사건에 해병대 사령관까지 수사 대상에 올리는 해병대 수사단에 대해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과 통화를 통해 수사단의 기록회수 과정 등에 외압을 행사했는지 여부가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공수처는 오동운 처장이 새로 부임하고 나서 수사에 탄력이 붙는 모양새입니다. 문제는 공수처가 수사를 탄탄하게 하더라도 재판까지 가는 데는 검찰을 거쳐야 한다는 겁니다.
공수처법 제3조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대법원장 및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와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의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해서는 수사와 공소제기(기소)를 모두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나머지 고위공직자의 범죄는 수사만 할 수 있고 기소는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대통령과 국방장관, 고위급 군인 등이 연루된 의혹을 받는 채상병 사건에 대해서 공수처는 기소권이 없습니다.
공수처는 수사를 마무리하면 관계 서류와 증거물 등 수사 일체를 검찰에 송부해야 합니다. 검찰은 사건을 다시 검토해 공수처장에게 공소제기 여부를 통보해야 합니다. 법원에 재판을 넘기는 기소 이후에도 검찰이 공소 유지도 맡습니다.
공수처가 검찰로 채상병 사건을 넘겼는데, 검찰이 기소를 미루거나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 ‘그만’이라는 겁니다. 윤 대통령 연루 의혹도 커지고 있는 데다, 앞선 21대 국회에서 통과된 ‘채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수사 자체를 마뜩찮아하는 윤석열정부의 태도를 감안한다면 공수처에서 넘어온 채상병 사건에 관해 검찰이 제대로 기소권을 행사할지 의문입니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대검찰청 (사진=뉴시스)
검찰 중립성 담보 의문에…'특검'이 해결책
실제로 검찰은 비슷한 경우로 공수처와 충돌한 적도 있습니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검은 공수처가 송부한 감사원 3급 간부 사건을 돌려보내면서 보완수사를 요구해 공수처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채상병 사건도 공수처가 기소의견으로 판단해 검찰에 송부했는데,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 논란이 격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 중립성을 위해서라도 오히려 채상병 사건은 특검으로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나옵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22대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이 다시 발의된다 해도 현 상황에서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안을 명확히 밝히고 관련자들의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서는 특검만이 해법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수사와 기소에 대한 공수처의 권한을 명확하게 하는 방향으로 공수처법을 국회에서 개정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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