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31일 2024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 의장실에서 김진표 의장 등 5부요인을 비롯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여야 지도부와 환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10·29 이태원 참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홍근 민주당 의원도 28일 자신의 메모장에 있는 내용을 전하면서 김 전 의장에게 힘을 보탰습니다. 박 의원은 "당시 김 전 의장이 말한 내용을 적은 메모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번에 논란이 된 이태원 참사에 관한 대통령의 매우 잘못된 인식을 드러낸 대화도 저는 생생히 전해들어서 지금도 메모장에 그대로 남아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당시 원내1당의 원내대표로서 수시로 국회의장을 만나왔다"며 "윤 대통령을 어떤 식으로건 설득해서 이상민 장관을 사퇴시키려고 했던 김 전 의장의 노력을 익히 알고 있다. 저와 자주 만나거나 통화하던 김 전 의장은, 그 전부터 윤 대통령과 나눴던 대화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공유해줬다"고 밝혔습니다.
박 의원은 2022년 12월5일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의 내용을 소개하며 "김 전 의장으로부터 전해들어 메모한대로 옮기면, (윤 대통령은 당시) '동남아 식당이 조금 있는 이태원은 먹거리나 술집도 별로 없고 볼거리도 많지 않은데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몰렸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윤 대통령은) MBC와 KBS, JTBC 등 좌파언론들이 사고 2~3일 전부터 사람이 몰리도록 유도한 방송을 내보낸 이유도 의혹이라며 지인의 부녀도 그런 기사를 보고 뒤늦게 구경하러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고 적었습니다.
박 의원은 또 "(윤 대통령은) '우발적 발생이 아닌 특정 세력이나 인사에 의한 범죄성 사건의 가능성을 의심으로 갖고 있다, 사건의 의혹을 먼저 규명하지 않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사퇴시키면 혹시 나중에 범죄 사실이 확인될 경우 좌파 주장에 말리는 꼴이니, 정부의 정치적 도의적 책임도 수사가 끝난 후에 지게 해야 한다'고 (김 전 의장에게) 답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김 전 의장은 최근 출간된 회고록에서 2022년 12월5일 윤 대통령과 독대했을 당시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를 두고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즉각 공지를 통해 "국회의장을 지내신 분이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해 나누었던 이야기를 멋대로 왜곡해서 세상에 알리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또 "대통령은 당시 관계기관 회의가 열릴 때마다 언론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혹을 전부 조사하라고 지시했다"며 "최근에는 (진상 규명 등을 위한) 이태원특별법을 과감하게 수용했다"고 전했습니다.
대통령실이 김 전 의장을 향해 "멋대로 왜곡했다"고 반박한지 하루 만에 박 의원이 추가 의혹을 제기하면서 당분간 정치권의 진실공방 논란은 확산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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