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노인과 바다밖에 없다." 최근 부산을 두고 이르는 말입니다. 인구 감소 시대, '제2의 수도'로 불리던 부산은 광역시 중 최초로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했습니다. 부산은 해양도시인만큼 해양수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전통적인 산업군이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보니 일자리를 찾아 청년들이 도시를 떠나면서 소멸 위기에 처했습니다. 청년이 떠나 쇠퇴한 도시에는 양질의 일자리와 각종 인프라가 줄어들고, 이는 다시 청년들의 지역 탈출 욕구를 부추기는 악순환이 되풀이됩니다. 결국 '지방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청년층이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기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확보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청년층 대탈출 러시…위기의 광역시
24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부산광역시의 20~29세 이하 청년 인구수는 지난달 말 기준 36만8026명으로, 1년 전인 38만6558명보다 2만여명 감소했습니다. 2022년 40만6111명과 비교하면 4만여명, 10% 가까이 줄어든 셈입니다.
호남권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광주광역시·전북특별자치도·전라남도의 20~29세 이하 청년 인구수는 총 54만4605명인데요. 2022년 59만4777명, 지난해 56만9771명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부산이 소멸위기에 처했다는 진단도 내놨습니다.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의 소멸위험지수값은 0.49로 '위험'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인구소멸지수는 40세 미만 성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수로 나는 값인데요. 0.5 미만일 경우 소멸위험지역, 0.2 미만일 경우 소멸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됩니다.
2050년 부산의 20~30대 여성인구는 절반 아래로 감소하고, 65세 이상 인구는 3분의 2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소멸 위험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기준 부산 인구는 328만명, 인천은 301만명인데요. 제2의 수도 부산이 이대로 가다가는 머지않아 인천에 따라잡힐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바보야! 문제는 일자리야"
전문가들은 지방소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 확보를 위한 발전 전략과 이를 위한 지원이 필수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청년층, 특히 여성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정착하기 위해서는 안정적 일자리가 확보돼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은 "도시 소멸위험지수를 '40세 미만 여성인구'를 기본값으로 해 산출한다는 것은 결국 아이를 낳고 지역에 눌러앉아 살 수 있는 여성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가 증가해야 지방도시 소멸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습니다. 부산이 소멸 위험 단계에 진입한 것은 결국 부산에 정착해 살 여성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는 설명입니다.
하드웨어 중심의 지역 발전 전략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산업, 국토 인프라 중심이 아닌 '인재'를 중심으로 한 일자리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건데요.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기존 시·군·구 또는 농어촌 공동체를 중심으로 하는 개별 지역 단위로의 정책적 접근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의미"라며 "지방 소멸 대응 기금 등 지나치게 많은 재원들이 수백억원씩 사람이 아닌 인프라 중심으로 낭비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정부가 지역들마다 첨단산업 유치를 위해 조성하는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에 대한 쓴소리도 나옵니다. 남은경 팀장은 "첨단산업 유치야말로 뜬구름 잡는 소리"라며 "기업의 영업 목적에 맞춰져 있는 데다 정부가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해 줄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 이익이 나지 않으면 중국으로 가면 그만"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수십 년 동안 국토발전계획까지 세워가며 지역 전략산업, 신산업 전략 등을 거창하게 제시해 왔음에도 지역 인재 이탈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방대학 발전 전략과 지역 중소기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연계해 인재를 육성하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드는 선순환 관계 확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대구 수성구 대구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열린 '대구청년-경북기업 일자리수요데이 대구 JOb-Go!'에서 구직자들이 현장면접을 보고 있다.(사진=뉴시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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