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금양(001570)에서 악재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 예고된 가운데 45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와 최대주주의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소식까지 겹쳤기 때문입니다. 류광지 금양 대표는 이번 유증 참여를 위해 보유주식 일부를 처분할 계획인데 블록딜 물량이 청약 예정 물량보다 많아 향후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도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매출 4000억이 66억으로…리튬사업 신뢰도 의구심
(그래픽=뉴스토마토)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지난 2일 금양을 공시불이행에 따른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했습니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은 지난해 취득한 몽골 계열사의 매출 추정치가 99%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금양은 지난해 5월 2차전지 핵심소재인 리튬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몽골의 광산개발회사 몽라(Monlaa LLC)의 지분 60%를 6000만달러(약 790억원)에 확보한 바 있습니다. 당시 금양은 몽라의 향후 실적 추정치를 공시하며 올해 매출액 4024억원, 영업이익 1610억원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습니다.
금양은 텅스텐 등 허가받은 광산을 시추를 연내에 시작하고 올해부터 리튬 개발허가를 받아 채굴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인수 1년4개월만에 정정공시된 몽라의 실적 추정치는 참담했습니다. 4000억원이 넘어설 거라던 매출액은 66억원에 그쳤고, 1610억원의 영업이익은 13억원으로 99.19% 급감했습니다.
몽라의 실적 추정치가 급격히 줄어든 것은 올해부터 시작될 것으로 판단했던 리튬의 경영성과가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계열사 매출 추정치 급감에 투자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습니다. 예상 매출액이 공개된 2024년 3분기가 종료되고 나서야 정정공시가 이뤄진데다, 추정치의 근거가 됐던 리튬 사업은 언제 매출이 발생할지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금양은 “리튬은 현재 심층 시추탐사를 진행 중이어서 예상 경영성과에서 제외했다”며 “향후 확정되면 예상 매출액 및 영업이익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텅스텐의 경우 올해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목표했으나 동절기 공기지연 등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면서 “현재 텅스텐 채굴을 위한 생산설비의 시운전과 리튬에 대한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양의 해명에도 리튬사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 하락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몽라의 매출 추정은 해외현지 감사인을 통해 이뤄졌는데, 금양이 원하는 감사인을 골라 미래 예상 실적을 평가받았을 것”이라며 “가치평가 과정에서 투명성과 신뢰성, 객관성이 훼손될 유인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류 대표, 지분 8% 블록딜…오버행 우려 확대
금양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 예고된 가운데 류광지 대표의 블록딜 소식은 투자자들의 불만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금양은 몽라 매출 추정치 정정공시와 함께 주주 배정 유상증자 추진 계획도 공시했습니다.
유증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총 4502억원 규모입니다. 예정 발행가액은 기준가격(5만4516원) 대비 25% 할인된 3만8950원이며, 총 1156만주를 발행합니다. 조달한 자금은 시설자금으로 3502억원, 채무상환자금으로 1000억원이 투입될 계획입니다.
금양 최대주주인 류 대표는 이번 유증에서 100% 청약 참여를 예고했는데요. 청약자금 마련을 위해 보유주식 일부를 매각할 계획입니다. 다만 청약을 통해 확보하는 신주 물량보다 구주매각 물량이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류 대표는 금양 주식 2067만6103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번 유증에서 배정되는 물량은 411만7409주입니다. 이를 전부 인수할 경우 예정발행가 기준 1603억원이 필요합니다.
류 대표는 청약 자금 마련을 위해 457만4899주(7.88%)를 블록딜로 매각할 계획입니다. 이는 지난 1일 종가 기준 2351억원 규모에 달합니다. 블록딜 가격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예정 발행가보다 10% 할인된 3만5055원에 매각할 경우 1603억원 조달이 가능합니다.
류 대표의 블록딜로 금양의 오버행 우려도 커졌습니다. 류 대표가 유증에 참여해 확보하는 신주가 구주 매각 물량보다 적고, 블록딜 특성상 주가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풀리기 때문입니다. 구주 매각과 증자 참여가 완료될 경우 류 대표의 지분율은 기존 35.62%에서 29.05%로 6.57%포인트 하락하게 됩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유증 신주는 현재 주가에서 할인된 가격에 발행되는데 블록딜 인수자들 역시 단기 차익을 노리고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결국 블록딜이 성립하기 위해선 높은 할인율을 제공해야 하는 만큼 오버행 이슈에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금양 홈페이지 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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