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앞뒤 바뀐 상생금융
2024-11-29 06:00:00 2024-11-29 06:00:00
금융당국이 역대급 이자이익을 거둔 은행권과 함께 '상생금융 시즌2'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시중은행들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상생 금융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합니다.
 
새로운 상생금융 방안은 자영업자 등의 채무부담을 더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시중은행들을 대상으로 당국이 적극적인 사회 환원을 요구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간 금융당국 수장들은 은행들의 예대금리차 확대를 문제 삼으며 막대한 이자이익에 대한 비판을 이어왔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은행권 금융지주사의 최대 실적 경신과 관련해 "삼성전자가 엄청난 이익을 내면 칭찬하지만, 은행이 이익을 내면 비판받는다. 그 차이가 무엇일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비판은 결국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으로 매듭지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은행권은 이미 올해 초 소상공인 이자 환급 등 역대 최대 규모인 2조1000억원 규모의 민생 지원 방안이 추진한 바 있습니다. 민생지원방안은 고금리와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서민·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정부와 금융권이 함께 마련한 정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급 이자이익을 거두면서 '이자장사'에 대한 비난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 은행들의 수익구조를 보면 이자이익은 여전히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KB금융·신한·우리·하나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총영업이익 28조6799억원 가운데 이자이익은 25조6713억원으로 89.5%를 차지했습니다.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자이익을 극대화한 이후 초과 이익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구조 자체가 비정상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규제 산업인 은행업 특성상 정부 정책과 연동될 수밖에 없습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자장사'라는 비판이 다소 억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계부채를 손쉽게 관리하려는 금융당국이 만들어준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올 하반기 들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돼왔고, 지난달과 이달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예대금리차가 오히려 벌어지는 것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국이 가계대출 증가를 주목하는 상황에서 은행이 대출금리 인하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당국은 은행에 연초에 계획한 대출 증가율을 초과하는 은행에 대해서는 내년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입니다.
 
적정한 이자 마진을 책정해 나머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거나 소비자에게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데, 앞뒤가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은행권 입장에서도 '이자장사' 비난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스스로 상생 그림을 새로 그려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혁신의 노력을 기반으로 국민 체감도를 높일 수 있는 카드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금융산업부 이종용 선임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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