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모인 국민의 열망은 뜨거웠습니다. 그러나 국회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습니다. 매서운 추위만큼 아쉽고 속상한 밤이었습니다. 108석을 가진 국민의힘은 ‘탄핵 트라우마’를 말하면서 국민을 배신했습니다. 국민의 배신자보다 보수의 배신자로 진영의 낙인을 더 무섭게 느낀 모양입니다. 한동훈 대표는 친위 쿠데타를 일으켜 내란죄를 범한 대통령을 계속 자리에 두고서 ‘질서있는 퇴진’ ‘사실상 퇴진’을 말하면서 탄핵 반대로 돌아섰습니다. 그동안 여당이 이재명 대표를 공격할 때, 사용했던 ‘노골적인 방탄’을 하고 있습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탄핵이라는 절차는 ‘폭압의 압제자’를 몰아내는 최후의 장치이자 국민의 기본권입니다. 내란죄를 저지른 대통령이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은 국민 누구도 편히 잠들 수 없는 중대한 위협입니다. 윤석열이 부른 친위 쿠데타로 국정 마비와 외교적 고립, 경제적 혼란과 최악의 경우 전쟁과 같은 초유의 사태로 이어질 것을 염려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초헌법적 상황, 입법의 권한을 중단시키기 위해 공수특전단이 국회에 난입하는 광경을 보고도 국민의힘이 버티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탄핵투표에서 여야가 협력하여 탄핵에 필요한 8표를 확보하지 못한 것은 극단적인 진영정치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8년 전, 박근혜 탄핵도 촛불시민의 힘만으로 된 것이 아니라,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의 정치력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234표라는 압도적 찬성의 힘으로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를 이끌어 낸 것입니다. 이번에 민주당은 탄핵의 명분만 앞세우고, 힘으로만 제압하려고 하다가 무능함을 드러낸 것은 깊이 반성을 해야 합니다. 이 와중에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 한명이라도 투표장에 오게 하려는 이준석 의원의 노력이 돋보였습니다. 정치적 무능은 국민을 힘들게 합니다. 국민은 무능보다 더 나쁜 위선에 분노합니다. 한동훈 대표의 언행은 모순과 변명 그리고 사리사욕에 가득 차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을 명백한 위헌·위법으로 규정하면서도 ‘사실상 직무 배제’라는 헌법에 존재하지 않는 개념을 말합니다. 이는 정당한 헌법적 절차인 탄핵 대신 임시방편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구실에 불과합니다.
대통령의 직무정지는 오직 탄핵만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 중대한 절차를 투표장 퇴장이라는 편법으로 모면하면서, ‘질서 있는 퇴진’이라는 애매모호한 논리로 최대한 시간끌기를 통해서 이재명과 조국의 사법리스크를 활용하고, 보수진영을 재정비하려는 계획입니다. 영리한 머리로 계산한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한동훈 대표가 당대표 출마를 하면서 한 ‘국민의 눈높이’는 어디로 갔습니까? 자신의 지혜로 ‘직무대행 황태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윤석열과 국민의힘과 한동훈이 동반자살하는 길을 택한 겁니다. 냉정하게 정치적 분리가 필요할 때, 합체를 선택했으니 떨어지는 모든 것은 날개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역동적입니다. 국민이 결심한 것은 꼭 이루었습니다. 국민의힘은 ‘탄핵 트라우마’를 말하지만, 그 탄핵에 찬성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라도 만든 것입니다. 국민은 ‘계엄 트라우마’로 단순한 정치적 상처를 넘어, 물리적 생존을 위협하는 공포를 느꼈습니다. 민주공화국을 추락시킨 세력은 절대로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의 길은 암울하고 험난할 것입니다.
윤석열과 내란 공범이 된 여권은 생존을 걸고 옥쇄를 선택했고, 반대로 야권은 국민적 분노를 동력으로 계속 탄핵 심판을 하는 장기 대치 국면이 옵니다. 국민이 겪을 고통은 날로 커질 것입니다. 역사적 정의가 실현되는 순간은 쉽게 오지 않습니다. 이 긴 겨울이 끝나고 새로운 봄이 오기까지, 매서운 한파 속에서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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