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찰과 경찰은 비상계엄 관련 수사에서 ‘손을 떼라’고 요구했습니다. 검찰과 경찰은 각자 맡은 비상계엄 수사를 공수처에 이첩하라고 공식 요구한 겁니다.
이재승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장이 12월 9일 오전 경기 과천시 공수처에서 비상계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수처 "검·경 비상계엄 수사에서 손 떼라"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9일 오전 경기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검찰과 경찰에 비상계엄 선포사태 및 윤석열 대통령 내란 혐의 수사를 공수처로 이첩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이재승 차장은 이날 “공수처는 검찰과 경찰이 수사 대상자들과 관계에 있어 공정성 논란이 있다”며 “지난 8일 이첩요구권을 행사해 공수처가 국가적 사건에 대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히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공수처법 24조에 따르면 공수처는 수사의 공정성 논란이 일 경우 사건 이첩을 요청할 수 있고, 해당 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며 “공수처는 (비상계엄 관련) 강제수사를 위해 다수의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지만, 법원은 '유사한 내용의 영장이 중복청구되고 있으니 검찰·경찰·공수처가 협의를 거쳐 조정한 뒤 청구해 달라'며 기각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따라 법률에 따라 공수처가 수사를 맡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으로,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검찰과 경찰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아 공수처가 독립적으로 수사해야한다는 입장입니다.
이 차장은 “비상계엄 관련 수사는 비상계엄이 발효된 지난 3일 착수했다”며 “공수처 인력 전원을 가동해 수사 중이며 누구에게도 수사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수사기관으로서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진상 규명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공수처는 비상계엄이 해제된 지난 4일부터 '비상계엄 관련 사건 수사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대환 수사3부장이 이끄는 검사 8명과 수사관 20명으로 구성됐습니다. 공수처는 향후 TF규모를 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활동 기한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별도 발령 때까지 유지됩니다.
공수처는 처장과 차장을 포함한 공수처 검사 15명과 수사관 36명 등 수사 가능한 인력 전원을 투입 중입니다.
오동운 공수처장도 공수처 주도의 수사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국회에 출석해 거듭 강조했습니다.
오 처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윤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관련 질문을 받고 “지금 이행은 되지 않았지만 (공수처) 수사관들에게 지휘를 했다"고 답했습니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3시 윤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를 신청했다고 공식 확인했습니다.
이에 법무부는 공수처 요청에 윤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를 승인했습니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2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사일원화 위해 '내란 특검' 바람직
일각에서는 공수처의 행보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냅니다.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기 전에 공수처가 진행 중이던 해병대 채상병 사건과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등 기존 수사 사안도 인력 부족을 빌미로 수사 의지를 의심케 하는 행보를 보여놓고, 부랴부랴 공수처의 법률적 권한을 앞세워 주도권을 쥐려는 행태라는 겁니다.
공수처가 비상계엄 사건 이첩을 요청했지만, 검찰과 경찰이 의무적으로 응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검찰과 경찰이 따르지 않아도 법률적 강제성은 없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공수처가 사건을 받는다고 해도 국민들을 납득시킬만한 결과를 내놓을 지도 미지수입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과 경찰, 공수처 등 수사권이 있는 기관 모두가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혼란만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며 "수사력의 일원화를 위해서라도 결국은 ‘특검’을 통한 진실 규명이 바람직할 듯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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