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법안이 통과도 안됐는데, 이런 상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지난해 말 본지의 <K-정책금융연구소>가 우수 의정활동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좋은법·좋은정책대상'에서 수상자로 선정된 한 의원실 관계자의 반응이다. 좋은 입법으로 선정된 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 문턱도 못 넘었는데 자격이 되느냐는 겸연쩍은 소감이었다.
22대 국회가 출범한 지 어느새 반년이 훌쩍 넘었다. 지난 6개월여를 돌아보면 국회는 언제나 정쟁으로 가득했다. 거대 야당 주도로 법안이 통과되고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국회로 되돌아와 폐기되기 일쑤였다. 그 중 상당수는 상임위 심의 과정에서 여야 간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본회의에 넘겨졌다.
그러는 사이 산업 진흥이나 국민들의 삶을 살피는 민생 법안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민생이 실종됐다'는 지적 속에 정기국회 종료 전 무더기로 통과된 법안들은 존재감조차 없었다. 재계의 숙원으로 꼽히는 반도체 산업 지원 강화 법안, 국가 기간 전력망 적기 건설을 위한 지원 치계 구축안, 상법 개정안 등은 여전히 국회 논의 중에 있다.
장기화된 내란사태로 경제계에서는 IMF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어렵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대외 환경 변화로 분주히 움직여도 모자랄 때인데, 국내 정치 혼란으로 불확실성만 가중됐다는 토로다. 사실상의 무정부상태가 50일 가까이 이어지면서 도움을 요청할 창구조차 잃었다. 각 정당의 비상대기령으로 국회의원들의 해외 출장도 막히면서 의원 외교도 중단됐다. 물론 이 모든 사태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망상에 사로잡혀 비상계엄이라는 엄청난 사고를 친 윤석열씨에게 있다.
이제라도 여야가 경제살리기에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윤씨가 체포된 지 이튿날 경제단체들도 일제히 활동에 나섰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6일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의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대한민국의 모든 경제주체가 원팀 정신으로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며 "의원 외교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한국무역협회는 기획재정위원회 의원들과 만났다. 윤진식 무협 회장은 이날 열린 업계 간담회에서 "최근 우리 경제를 둘러싼 안팎의 불확실성으로 무역업계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국회의 세제 입법을 통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윤 회장은 △국가전략기술의 세액 공제 기한 2030년까지 연장 △해외자원개발 투자 세액공제의 단계적 확대 △국가전략기술에 바이오에너지 등 유망분야 추가 지정 △중소·중견기업 설비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 기한 2026년까지 연장 및 대기업 확대 적용 등의 국가전략기술 세제지원 강화 방안을 건의했다.
22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로 기록되지 않으려면 이제부터라도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한다. 어수선한 정국이지만 양당의 이견이 없는 법안부터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 더 이상의 직무유기는 있어서는 안된다.
김진양 재계선임팀장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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