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헌재 출석…또 ‘궤변’만
대통령 탄핵심판 피청구인 첫 출석
직접 나서 부정선거 의혹 주장도
국회 '탄핵소추 사유'는 모두 부인
윤씨 "의원 끌어내라 지시 안해"
“국회와 언론, 대통령보다 갑이다”
2025-01-21 17:25:14 2025-01-21 18:58:23
[뉴스토마토 강석영·유근윤 기자] 12·3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회에서 탄핵된 윤석열씨가 헌법재판소에 '전격' 출석했습니다. 국회에서 탄핵을 당하고, 헌재로 심판사건이 넘겨진 지 39일 만입니다. 역대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해 현직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지만 윤씨에겐 속셈이 있었습니다. 윤씨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 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했습니다. 특히 최근 여야 지지율이 역전되자, 이에 고무된 듯 보수 결집을 유도하는 의도를 보였습니다. 
 
윤석열씨가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헌법재판소는 21일 대심판정에서 윤씨 탄핵심판 3차 공판기일을 열었습니다. 지난 19일 내란수괴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윤씨는 그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조사를 계속 거부하다가 이날 전격적으로 심판정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피청구인이 출석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윤씨 측은 이날도 부장선거 음모론 주장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대법원과 수사기관에서 이미 판단이 끝난 부정선거 의혹을 재차 제기하먼서 비상계엄을 선포할 만한 국가 비상상황이 있다고 주장한 겁니다. 윤씨 측 도태우 변호사는 “국내외 주권침탈 세력에 의해 거대한 선거부정이 있었으나 법원과 수사기관을 통해 해결하지 못해 국가 비상상황을 초래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국회 측은 윤씨 측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막아달라고 했습니다. 국회 측 김진한 변호사는 “부정선거 음모론은 사법기관 판단을 통해 모두 근거없는 주장으로 판단됐다”며 “국가 혼란 상태에서 선거부정 음모론은 공동체 자체를 파괴할 수 있다. 최근 폭도들의 서부지법 만행도 이와 유사한 무책임한 주장에서 초래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더이상의 의혹 제기와 그와 관련 증거신청을 적극 제한해 주길 요청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윤씨가 반박하려는 대리인을 저지하고 직접 나섰습니다. 윤씨는 “비상계엄 선포 전에 여러 선거 공정성 신뢰에 의문이 들었다”며 “2023년 10월 국정원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전산장비 중 극히 일부를 점검한 결과 문제가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부정선거 자체를 색출하려는 게 아니라 선관위 전산 시스템을 전반 스크린할 수 있으면 해 봐라(는 취지다)”며 “선거가 전부 부정이라서 믿을 수 없다는 음모론이 아니라 팩트 확인 차원이었단 점 말씀드린다”고 했습니다. 
 
이날 심판정에선 12·3 내란사태 전후로 계엄군과 경찰이 국회와 선관위 등에 투입된 폐쇄회로TV(CCTV ) 영상도 재생됐습니다. 이를 함께 지켜본 윤씨는 “국회와 언론이 대통령보다 훨씬 강한 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국회와 언론 때문에 비상계엄을 유지하려고 해도 못 했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윤씨는 “군인들이 본회의장에 진입했는데 (국회) 직원들이 저항하니까 스스로 나오지 않았느냐. (계엄 해제 의결을) 다른 장소에서도 할 수 있고, 이후에도 할 수 있다”라며 “(계엄군이 국회 의결을) 막았다고 한다면 그건 정말 뒷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계엄군이 국회 의결을) 막거나 연기한다고 해서 막아지는 일이 아니란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재판장인 문형배 헌법소장 권한대행도 윤씨가 국회 해산을 지시했는지 여부에 초점을 두고 윤씨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문 권한대행은 피청구인 심문을 통해 윤씨에게 “국가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비상입법기구는 윤씨가 12·3 내란사태 당시 최상목 기재부 장관에게 건넨 쪽지에서 언급됐습니다. ‘국회 관련 자금 완전 차단,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 등 내용이 담겨 있는데, 윤씨가 국회를 해산하고 이를 대체할 방안으로 비상입법기구를 설치하려고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윤씨는 부인했습니다. 윤씨는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이 해제된 뒤 한참 있다 언론에서 메모가 나왔다는 것을 봤다”며 “내용도 부정확하고 이걸 만들 사람은 국방부 장관 밖에 없는데 당시 구속돼서 구체적으로 확인을 못 했다”고 말했습니다. 
 
문 권한대행은 또 “이진우 전 육군 수방사령관과 곽종근 전 육군 특전사령관에게 계엄 선포 뒤 국회에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윤씨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날 민주당은 윤씨가 지지층 선동을 위해 헌재에 출석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국회 탄핵소추인단인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윤씨는) 주로 본인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한 건 기억에 없다고 하고, 유리한 판단은 분명하게 말했다”면서 “주로 하는 말은 '부정선거'였다”라고 했습니다. 또 “자기를 추종하는 선동행위를 계속해서 이끌어가려는 의도가 깔린 게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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