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지난해 'K-푸드' 열풍과 함께 우리나라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식품업계가 최근 고심에 빠진 모습입니다. 지난달 초 불법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고환율 고착화 흐름이 좀처럼 반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부각되고 있는 보편관세 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업계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까닭입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30원대 선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9월만 해도 달러당 1300원대 초반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 트럼프의 당선으로 1400원 선을 돌파하기 시작했고, 지난달 초 불법 계엄 및 탄핵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1400원대 중후반 수준까지 치솟는 상황에 이르렀는데요.
최근 환율 흐름을 살펴보면 트럼프의 관세 부과 우려가 일부 완화하고 지난달 워낙 가파르게 오른 데 따른 피로감까지 더해지면서, 조금씩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장기적 측면에서 환율 안정세를 속단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트럼프의 향후 행보에 따라 환율이 얼마든지 널뛸 가능성이 있는 데다, 1400원대라는 수치 자체도 식품 업계 수출을 충분히 위협할 정도의 고환율이라는 점은 변함없기 때문이죠.
원화 가치 절하는 원재료 수입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식품업계는 제품 원가 상승 압박을 받게 됩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이상 기후가 심화하면서 세계식량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되는 점도 식품업계에는 상당한 부담입니다.
한 제과업계 관계자는 "불과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환율이 1300원대 수준이었기에, 당시 보수적으로 설정한 환율 리스크 수준은 1400원 정도 선이었다"며 "환율이 이미 이 수준을 훨씬 넘어선 데다, 앞으로도 얼마나 변화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로 인한 해상 운임 비용의 상승도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10~20% 보편관세 책정…까다로운 검역 절차도 걸림돌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식품업계 입장에서 트럼프의 보편관세 정책도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대(對) 미국 농·식품 수출액은 13억1000만 달러(약 1조8000억원) 규모로 집계됐습니다. 전체 농·식품 수출액 규모가 81억9000만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미국 수출액은 무려 16%에 달합니다.
현재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할 경우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는데요. 하지만 트럼프가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식품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합니다. 게다가 트럼프가 자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내건 만큼 까다로운 검역 절차까지 예고된 점도 걸림돌입니다.
다만 미국 현지에서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는 기업들은 오히려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가 자국 내 제조 업체를 대상으로는 낮은 세금, 적은 규제 부담을 적용했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는 까닭입니다. 국내 식품 기업들 중 미국 현지에 공장을 확보하고 있는 곳들은 CJ제일제당, 농심, 대상 등이 있는데요.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사실 미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들이다. 대다수는 국내에서 생산 후 수출하는 비중이 워낙 높기에 관세 여파를 피하기 어렵다"고 우려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미 수출 시 관세 부과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우리 식품 산업에도 빨간불이 켜진 것이 사실"이라며 "미국 이외의 다른 국가로의 수출 다변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한 고객이 라면 코너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이지유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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