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공약 ‘점수·등급 매기면 벌금”…유권자 알권리 '침해' 논란
정책선거 감시 기능 제약…“공직선거법 개정해야” 지적
2026-04-14 15:29:17 2026-04-14 16:27:01
[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대법원이 22대 총선 당시 후보들의 기후 관련 공약에 ‘우수·보통·낙제’ 등 등급을 매겨 평가한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선거철을 앞두고 공약 비교 검증이 사실상 차단, 유권자들의 알권리가 침해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2월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사진=뉴시스)
 
14일 대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창원기후행동’ 고문에겐 벌금 100만원을, 전·현직 대표에겐 각 벌금 7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이들은 22대 총선에 출마한 경남 창원 지역구 후보자 11명의 기후 관련 공약을 분석해 -10점에서 +10점 사이의 점수를 매기고, ‘최우수·우수·보통·미흡·낙제 5개 등급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기자회견을 열어 이를 공개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해당 단체의 고문과 전·현직 대표 등 3명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공직선거법 108조의3(정책·공약에 관한 비교평가결과의 공표제한 등) 제2항 제2호에 따르면 ‘단체가 후보자 등별로 점수 부여 또는 순위나 등급을 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서열화하는 행위’는 금지됐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후보자 공약’을 분석해 등급을 매긴 행위가 서열화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창원기후행동의 행동이 서열화하라고 봤습니다. 지난해 5월 1심 재판부는 “‘서열화’는 순서대로 늘어서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한다”며 “최우수, 우수, 보통, 미흡, 낙제’ 등으로 표현하는 행위는 모두 일정한 기준에 따라 순서대로 늘어서게 하는 것”이라며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이후 피고인들은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습니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선거법 108조의3 제2항 제2호의 ‘서열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 유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다만 이번 판결의 근거가 된 ‘서열화 금지’ 조항을 두고는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해당 서열화 금지 조항은 2000년대 초 정책을 비교·검증하는 ‘매니페스토 운동’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반대를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2008년 신설됐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공약이나 정책의 실효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기준에 따른 비교·평가가 불가피하다는 점입니다. 해당 조항으로 유권자가 정책 간 차이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정책선거 감시 기능을 제약하는 한편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겁니다. 
 
실제 2017년 당시 김대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도 국회에서 언론 기관 등이 정당·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을 비교·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표할 때 일정 범위의 서열화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박용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 소장은 “현행법 조문은 서열화 행위를 금지하고 있어 법원이 이를 그대로 적용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유권자가 정책과 공약을 실질적으로 비교·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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