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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4월 30일 09:2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페퍼저축은행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배구단을 매각한다. 연간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스포츠마케팅 비용 지출을 줄이기로 한 것이다. 현금성 자산이 없는 데다, 유동성 비율마저 급격히 하락하고 있어 몸집 줄이기에 나선 모양새다.
(사진=페퍼저축은행)
판관비 부담 여전…배구단 창단 때부터 안정성 '우려'
30일 페퍼저축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555억원이다. 전년 961억원 대비 406억원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규모가 크다. 판매비와 관리비가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지난해 페퍼저축은행 총비용은 2959억원으로 이 중 판매비와관리비가 733억원에 달한다. 1년 새 99억원 줄어든 규모지만 비중이 높다.
자산 규모에 비해서도 지출이 크다.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2조2565억원으로 비슷한 규모의 저축은행과 비교해도 판관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총자산이 2조9680억원인 신한저축은행의 판관비는 559억원으로, 페퍼저축은행과 134억원 차이가 난다. 금융지주 계열이 아닌 JT친애저축은행도 총자산 2조6446억원 규모인데, 판관비는 409억원에 수준이다.
페퍼저축은행의 판관비는 2021년 크게 늘어난 바 있다. 당시 전년 대비 301억원 늘어난 1013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1000억원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대폭 줄였음에도 규모가 비슷한 저축은행에 비해 부담이 크다. 2019년 판관비가 54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년 만에 두 배 불어난 셈인데, 페퍼저축은행의 배구단 창단 시기와 맞물린다.
지난 2020년 말 페퍼저축은행은 여자배구단 'AI페퍼스'를 창단했다. 당시 당기순이익 348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크게 실적을 키운 덕분에 여력도 갖췄다. 당시 페퍼저축은행은 업권에서 자산 기준 4위로, 단독 3위로 치고 올라가기 위해 스포츠 마케팅을 적극 활용했다. 다른 마케팅을 줄이고 배구단에 힘을 쏟았다.
다만 창단 당시부터 재무 안정성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연간 예상 비용이 2020년 기준 최소 50억원에서 60억원에 달했는데, 영업수익 대비 비용이 과도했다. 특히 연간 비용이 매년 50억원씩 추가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우려대로 창단 5년 만에 페퍼저축은행은 재정건전성 악화와 더불어 배구단 매각이라는 결말을 맞았다.
유동성 하락에 '배구단 매각' 결정
배구단 매각은 결국 재무 건전성 악화 탓이다. 배구단과 함께 인터넷 방송 플랫폼 SOOP(숲) 매각을 함께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사 등을 거쳐 본격적인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배구단 매각이 이례적인 만큼 자세한 매각가는 공개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여자배구단은 대기업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데다, 수요가 적어 매물로 나오는 사례가 적어서다. 통상적으로 스포츠 구단은 수익성이 낮고 모기업에 의존하는 구조다. 특히 스포츠단은 금융사에 꼭 필요한 존재가 아니다 보니 매각 최우선 순위에 자주 오른다.
페퍼저축은행의 경영 지표가 본격적으로 악화된 것은 2023년이다. 당시 페퍼저축은행의 당기순손실은 1072억원에 달했다. 이후 5회에 걸쳐 유상증자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지만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유동성이 떨어지고 자본이 쪼그라들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1년만기 예금 등의 단기 상품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장기로 대출을 내어주는 저축은행의 수익 구조상 배구단 유지에 최소 50억원을 쓰는 것은 부담이 크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 페퍼저축은행의 대출금과 예수금 차는 3개월 이하 1148억원, 6개월 이하 2429억원, 1년 이하 5386억원으로, 단기적으로 예수금 규모가 더 크다. 3년 초과 만기구조에서만 6329억원 대출금이 더 큰 구조다. 전체 합계에서도 예수금이 1034억원 더 많다. 전형적인 저축은행 비즈니스 모델이나, 차이가 커 예금 인출에 따른 유동성 위기도 높아지고 있다고 해석 가능하다.
지난해 페퍼저축은행 유동성비율은 169.97%으로 안정적인 편이다. 단기유동자산을 단기유동부채로 나눠 산출하는 유동성 비율의 감독 기준은 100% 이상으로, 규제를 상회한다. 다만 속도가 문제다. 지난해 말 페퍼저축은행의 유동성 비율은 267.76%에서 1년 새 급격히 하락했다. 현금 및 예치금이 감소한 탓이다. 현금 및 예치금은 1122억원으로 전년 말 3058억원에 크게 축소됐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배구단이 매각될 경우 유동성 등 재무지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비용도 일정 부분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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