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은혜기자] 물가안정과 거시경제의 균형 성장을 위해 우리나라 통화 정책 방향을 심의·의결하고 매달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다. 이런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할 금통위원 한자리가 9개월째 공석으로 방치되어 있다.
금통위원은 한국은행 총재 및 부총재를 포함해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한은 총재와 부총재 외에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은 총재, 금융위원장, 대한상의 회장, 은행연합회장이 추천하는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어 있다.
지난해 4월 박봉흠 전 금통위원이 임기를 마친 뒤 지금까지 새로운 금통위원을 임명하지 않고 있다. 공석은 대한상의 회장 추천 자리다. 후임자 추천을 하지 않고 있는 대한상의에 일차적인 문제가 있지만 남의 일처럼 방관만 하고 있는 한은, 임명권자인 청와대 모두가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금통위원 빈 자리의 문제는 당장 지난해에 나타났다. 지난 11월 22일 예정되어있던 금통위 본회의가 의결정족수(5명)를 채우지 못해 일주일 연기됐다. 당시 김중수 총재와 또다른 금통위원 1명이 해외출장 중이어서 본회의 자리를 지킨 금통위원은 달랑 4명이었다.
매달 금융시장의 눈길이 집중되는 기준금리를 결정할 경우 7명의 금통위원들이 의견을 제시한다. 금리변경에 대해 시장 상황이 민감할 경우 흔히 금통위원 의견이 3대 3으로 의견이 갈리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한은 총재가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최종결정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1명이 빠진 6명일 때는 '가부 동수'로 안건이 부결된다. 한은 금통위가 자기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금통위원 공석기간이 길어지면서 한은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통위 기능이 크게 약화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열리기 전날엔 청와대가 기획재정부에, 기획재정부는 한국은행에 전화를 건다"란 얘기가 다시 나온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 '한은은 재정부의 남대문 출장소'란 오명을 떠올리게 한다.
한은 노조는 지난해 12월 금통위원을 조속히 임명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노조는 "금통위원 임명이 지연되고 있는데 그 이유가 특정 현직 관료를 임명하는 게 부담스러워 퇴직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거나 낙선 인사에 대한 배려를 위한 것이라면 묵과할 수 없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노조의 이런 우려는 일부 금융권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권에서는 금융회사와 유관기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낙하산 인사'를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금통위원 빈 자리가 이런 이유 때문에 9개월째 채워지지 않는다면, 이는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인해 한은의 독립성과 통화정책이라는 막중한 역할이 희생되고 있다는 뜻이다.
감사원장 등 정부의 개각이 1월 중 마무리되면 새 금통위원이 임명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은에서는 기대감 보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는 이미 9개월의 공석기간을 통해 금통위원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자리로 만들어 놨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이은혜 기자 eh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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