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가몰려온다)①中경제위상 업고 기축통화로 '성큼'
中, 세계 수출·성장기여도 美·EU 이미 추월.."위안화 지위 '저평가'"
'무역결제' 확대로 국제화 재촉..홍콩 끌어들여 '투자통화' 격상 전략
"역내 자본시장 개방 늘여야 기축통화 달성..개방 흐름 빨라질 것"
2011-02-14 12:17:00 2011-02-16 14:08:47
[뉴스토마토 한은정기자]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대국 자리를 꿰찬 중국. 13억명에 달하는 인구, 광대한 영토와 천연자원, 그리고 미래 성장성을 무기로 경제적 영향력을 급팽창하고 있으며, 위안화의 국제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의 끈질긴 평가절상 압박에 직면한 위안화는 세계 외환시장에서 '환율전쟁'의 중심에 놓여있다. 글로벌 경제의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데 이어 세계 금융시장 제패를 노리는 중국 위안화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올바른 위안화 투자 방법에 대해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중국, 그들은 지금 브레이크 없는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13억 세계 최대 인구를 가진 나라', '2조6483억달러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 '급증하는 대미 무역흑자국', '세계 자원의 블랙홀'..모두 중국의 현재를 지칭하는 표현들이다. 
 
지난해 8월, 중국은 연평균 10%대 고속성장에 힘입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중국 경제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고, 금융위기 이후 미국 달러화가 기울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위안화의 기축통화'를 넘보며 국제화를 위한 움직임을 가속화 하고 있다.
 
◆ 中경제 위상vs위안화 위상 = 중국 경제의 위상에 비해 국제통화로서 위안화의 위상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무역기구(WTO)의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차지하는 비중은 12.5%, 전세계 수출 비중은 9.7%를 기록했고, 2000~2009년까지 세계경제 성장 기여율은 20.8%에 달했다.
 
미국이나 EU와 비교해 세계 GDP 비중(미국 20.5%, EU 21.3%)은 뒤지지만, 수출비중(미국 8.5%, EU 9%)이나 세계경제 성장 기여율(미국 15.5%, EU 15.3%)은 훨씬 앞서는 수준이다. 세 부문 모두에서 일본(GDP 비중 6%, 수출비중 4.7%, 세계경제 성장 기여율 3.4%)도 이미 제쳤다.
 
그러나 각국 통화를 보면 입장은 달라진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으로 일일외환거래액 비중은 달러화가 42.5%, 유로화가 19.6%, 엔화가 9.5%인데 반해 위안화는 0.2%에 그치고 있다. 세계 통화시장에서 위안화의 지위가 매우 낮다는 얘기다. 
 
중국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한 잰걸음을 재촉해왔다. 달러화 가치하락에 따른 외환보유고 손실가능성과 과다한 외환보유액 보유에 따른 관리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2조6000억달러 규모로 이 가운데 65%를 달러화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화 가치 하락은 막대한 손실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거래에서 위안화 활용도가 높아질 경우, 나라 입장에서는 외환 보유액 필요성이 높아지면 외환보유액 필요성이 줄고, 국내 유동성 관리가 쉬워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환전비용이 줄고, 환율변동 리스크가 완화 돼 무역이나 투자, 금융거래 환경이 쉬워질 수 있다는 것이 중국측의 계산이다.
 
이승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국제 결제통화로서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달러 중심의 기축통화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고 안정적 화폐가치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 국제화 첫걸음, 무역결제 확대 = 통화의 국제화는 무역결제통화→투자통화→보유통화의 단계를 거치면서 진행된다.
 
중국은 우선적으로 '무역결제 확대'라는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를 국제 무역결제 화폐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 7월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달러화 파동을 경험한 중국은 재빨리 위안화 무역결제 허용안을 가다듬어 상하이와 광둥성 등 중국 4개도시와 홍콩과 마카오, 아세안 10개국의 위안화 무역결제를 시범 도입했다.
 
지난해 4월에는 윈난성과 네이멍구, 광시, 신장, 티베트 자치구 및 동북 3성을 대상으로 2004년 도입한 위안화 국경무역 소액결제 면세 시범지역을 확대했다. 6월에는 위안화 무역결제와 관련해 해외 대상지역 제한을 철폐했다. 10월에는 외국기업의 위안화 결제 계좌 개설을 허용하고, 12월에는 위안화 결제가능 수출기업을 365개에서 6만7369개로 확대했다.
 
이같은 조치에 힘입어 중국의 위안화 무역결제는 2009년 9월 20억위안에서 지난해 1분기 184억위안, 2분기 303억위안, 3분기 778억위안으로 늘었으며 4분기에는 3798억위안으로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결제통화로서의 위안화의 위상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체 결제 대금의 80%는 중국 내 수입업체가 해외 수출업체에 지불하는 거래대금이다. 중국은 이 가운데 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수입하고 있어 이를 통한 위안화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외에 브라질과 호주, 아프리카 등 중국의 주요 자원 수입국과의 위안화 거래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위안화 무역결제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중국 건설은행을 비롯해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 은행(SC)은 오는 2015년 위안화 무역결제규모가 전체 무역액의 40% 가량인 3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홍콩거래소는 위안화가 5~10년안에 무역결제통화로서 확고한 위상을 정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역결제규모가 전체무역액의 40%인 3조달러에 이를것으로 예측했다.
 
◆ 홍콩 중심의 위안화 시장 육성 = 위안화의 국제화를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는 무역상대방이 위안화를 취득하더라도 쓸 데가 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자본시장은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제외하면 부분적으로만 개방돼 있어 위안화의 활용처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중국은 홍콩을 중심으로 역외에서 위안화 금융시장을 키워 무역을 통해 공급된 위안화의 활용처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7월 중국과 홍콩은 '위안화 청산 협정 개정안'을 체결해 홍콩내 위안화 펀드와 보험 판매를 허용했다. 개정안 체결 이후 HSBC와 SC 등 외국은행과 중국은행, 건설은행 등 중국 상업은행들은 홍콩에서 다양한 위안화 투자상품을 출시했다.
 
8월에는 일부 외국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중국내 은행간 채권 시장을 개방해 홍콩에서 고수익 금융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려면 무역을 통한 결제통화로써의 역할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 개방을 통한 투자통화로써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홍콩은 이 부분을 잘 갖추고 있어 중국이 홍콩을 끌어안으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중국 개인투자자가 홍콩 시장에 직·간접 투자하거나 홍콩 거주민이 위안화를 중국 본토시장에 투자하는 부분을 완화하고 있고, 이런 부분을 계속 추진해 나갈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결과 최근 홍콩의 역외 위안화 시장은 급속히 성장했다. 홍콩 내 위안화 예금은 지난해 2월 661억위안에서 12월 3149억위안으로 9개월만에 다섯배 가량 급증했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5년 뒤 위안화 무역결제와 홍콩의 역외 위안화 시장의 역할이 강화되면서 홍콩 내 위안화 예금이 현재 2.3%에서 31.6%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2005년 10억달러 대에 그친 위안화 표시 국제채의 발행잔액은 지난해 140억달러 수준으로 크게 높아졌다. 특히 홍콩에서 지난해 발행된 위안화 채권은 2009년의 두배가 넘는 53억6000만달러에 달해 홍콩이 위안화 투자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지난달 세계은행은 자금조달을 위해 홍콩에서 5억위안(약 7600만달러) 규모의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아시아개발은행(ADB)은 국제 금융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 역외에서 위안화 채권을 발행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위안화 역외 시장이 순조롭게 발전하면 위안화를 이용한 무역결제가 늘고, 이는 다시 위안화 역외시장의 확대로 연결되는 선순환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남은건 역내 자본시장 개방 =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 이제 남은 것은 역내 자본시장 개방이다.
 
중국이 국제 거래에서 위안화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역외 금융시장 위주의 제한적인 개방에서 벗어나 역내 금융시장 발전을 가속화하면서 자본 유출입에 대한 통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2009년 기준으로 세계의 연간 무역금액은 연간 32조달러인데 반해 금융자산의 국제거래 금액은 175조달러에 달한다는 점에서, 국제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무역결제보다는 얼마나 많은 금융자산이 자국통화로 표시돼 국제적으로 거래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린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위안화가 진정한 기축통화가 되려면 자본 거래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튼튼한 역내 금융시장 구축과 환율 자유화가 꼭 선행되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승훈 삼성증권 연구원도 "위안화는 변동환율제이지만 인민은행의 고시환율에 영향 많이 받는 등 아직까지 경직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주식시장의 예를 들면 외부에서 투자하는 방법은 QFII(적격 외국인 기관투자자의 직접투자)밖에 없다"며 "자본시장이 개방돼 중국에서 외부로, 외부에서 중국으로의 자본 흐름이 원활해져야 기축통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에서도 이런 부분 알고 있고, 상하이 국제금융센터(상하이 국제판) 구축과 QFII, 미니 QFII(중국 운용사 및 증권사 등 자회사가 설정하는 위안화 펀드를 통해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프로그램인) 시행 등의 계획을 세우고 있어서 시간 흐를수록 중국 자본개방 흐름은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토마토 한은정 기자 rosehan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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