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잡는 카드 리볼빙서비스..'출구가 없다'
2011-03-09 16:10:53 2011-03-09 19:57:41
[뉴스토마토 송지욱기자] 40대 직장인 김모씨(경기도 양평 거주)는 지난 2008년 8월 100만원이 넘는 신용카드 사용액 상환이 당장 어렵자 이른바 '리볼빙 서비스'를 받기 시작했다. 
 
리볼빙 서비스란 신용카드로 사용한 일시불 금액과 현금서비스 금액 중 최소 금액만 먼저 결제하고 나머지 금액 상환은 카드사가 다음 달로 연기해 주는 서비스다.  카드사에 따라 '자유결제서비스' '페이플랜(PayPlan)서비스', '이지페이', '회전결제' 등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리볼빙 서비스를 받기 시작한 지 3년째인 김씨는 요즘 "답이 안나온다"며 막막해졌다. 처음에는 최소금액만 결제하면서 부담이 줄었으나 결제를 미루다 누적된 빚이 눈덩이처럼 커졌기 때문이다.
 
사용금액 결제 연기에 높은 수수료가 붙어간데다, 일시에 결제해야 할 금액부담이 줄어들면서 그동안 신용카드 사용을 부쩍 늘린 것도 원인이었다.
 
김씨의 경우 지난 2008년 말부터 결제가 연기된 금액만 100만원을 넘기더니 여기에 매달 수십만~100만여원이 붙고 여기에 높은 수수료까지 추가돼, 지난 2월 총 결제금액만 500여만에 달하게 됐다.
 
김씨는 "결제를 연기해줘 고마운 서비스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어쩌다보니 도저히 한번에 갚을 수 없는 금액으로 불어났다"며 "리볼빙서비스를 시작한 게 후회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신용카드사 직원으로부터 리볼빙 서비스의 높은 수수료율에 대한 통지도, 제때 결제하지 않으면 나중에 큰 빚을 질 수도 있다는 경고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마치 신용카드사에 속은 기분인데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 '고마운' 결제 연기? 실상은 '수수료 폭탄'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한해 신용카드 사용자의 리볼빙 서비스 이용잔액은 5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용회원은 273만명으로 전년에 비해 10.5%(26만명) 증가하면서, 리볼빙 서비스를 받는 신용카드 사용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리볼빙 서비스를 받을 경우  사용금액 결제를 다음달로 미루면서 원금상환액이 매달 계속 불어날 뿐 아니라 수수료까지 합친 금액에 또 수수료가 붙어, 수개월 후에는 상환금액이 눈덩이 처럼 불어난다는 점이다.
 
여신전문금융업협회에 따르면 일시불 금액에 대한 리볼빙 수수료율은 미결제 일시불 사용 금액의 최저 5.90~ 14.50%, 최고 19.0%~28.80%다.  미결제 현금서비스에는 더 높은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개인별 신용등급이 있기 때문에 고객에 따라 수수료를 높게 책정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리볼빙서비스에 대해 신용카드 업계 종사자들마저도 "웬만하면 이 서비스를 받지 않는 게 좋다"고 말할 정도다. 상환이 미뤄진다는 말만 믿고 리볼빙서비스를 받다가 '수수료 폭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한 신용카드사 직원은 "현금서비스는 절대 리볼빙 하지말고, 일시불 금액은 할부로 전환해 할부수수료를 내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 약정회원 1607만명..금융당국 "나몰라라"
 
신용카드 결제와 현금서비스 사용이 크게 늘고 리볼빙서비스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신용파탄 수준의 금융거래 불량자들과 높은 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금융당국은 실태 파악은커녕 '별다른 방도가 없다'는 반응이다.
 
리볼빙서비스는 고객의 선택 서비스인데다 카드 사용금액의 결제· 상환의무는 당연한 것이므로 이를 문제삼을 수는 없다는 논리다. 또 이와 같은 사례와 유사한 '피해'를 봤다는 신고도 많지 않아 감독당국이 나설 게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리볼빙 서비스에 대해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개인의 신용등급별 수수료는 금융회사 계약관계이므로 금융당국의 영역이 아니다"고 말했다.
 
리볼빙 서비스 수수료는 이용자의 '신용등급'에 따라 매겨진 것이고, 그 등급에 따라 수수료를 내기로 약정했으므로 개인이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리볼빙 서비스 이용자들은 약정 당시 직원의 설명 부족으로 이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데다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과소비와 이해 부족으로 생각한 나머지 감독당국이나 민간 소비자단체에 실제 신고나 상담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금융당국은 "2009년 말 소비자 보호 약정서를 개정했으며, 최근 회원 자격 심사와 고객통지를 강화해 앞으로 피해사례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리볼빙 서비스에 약정된 회원은 1607만명이어서, 금융권에서는 앞으로 리볼빙 서비스로 인한 신용불량자가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국의 경우, 리볼빙 서비스가 일반화되어 있으나 신용도가 높은 고객 위주로 제공되고 수수료도 매우 낮거나 거의 없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신용카드 사용자가 본인이 가입사실조차 모르거나 알고 있더라도 위험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무분별하게 이 서비스를 사용하다 문제가 될 여지가 크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또 수수료율도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의 경우 대부업체의 높은 이자율 수준이어서 피해가 커질 수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국내 카드사들은 신용이 낮은 사람들에게도 리볼빙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고 높은 수수료를 매기고 있다"며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신용카드사들이 마케팅 차원에서만 접근해 무분별하게 리볼빙 서비스 가입자를 늘려 놓은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약정 회원이 1600만명에 달하는 등 무분별하게 리볼빙 서비스가 확대되고 이용자의 이해도가 낮은 상태에서는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토마토 송지욱 기자 jeewoo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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