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진규기자] 정부가 지난 22일 가계부채 부실화 해소와 주택거래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3.22 주택거래활성화 방안'의 실제 정책효과는 강남3구에 집중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이번 방안으로 서민들의 대출 위축 효과는 미미한 반면, 강남3구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실질적으로 높아지고 취득세율은 절반으로 낮아지면서 자산가들의 추가대출과 강남3구 지역 아파트 거래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 DTI 규제 부활.."규제 강화 아닌 완화"
이번 대책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부활시켜 가계부채 증가를 막는 대신,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고, 비거치식·고정금리·분할상환 방식의 상대적으로 건전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DTI 비율을 최대 15%포인트까지 늘려 주택거래를 활성화 하겠다는 게 골자다
DTI 규제는 대출한계수요자의 대출수요를 감소시키는 가계부채 증가 억제책이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DTI 규제가 부활했는 사실만으로도 주택담보대출이 줄어 부동산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DTI 규제는 지난해 8월29일 DTI 규제를 한시적으로 폐지하기 이전보다 분명히 확대됐다.
8.29 부동산 대책 이전 강남3구는 40%, 서울 50%,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은 60%, 나머지 지역은 DTI 규제가 없었던 것에서, 오는 4월부터는 강남3구가 최대 55%, 서울 65%,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은 75%까지 확대됐다.
8.29 부동산 대책에서의 DTI 규제 해제는 일시적이었지만 이번에 정부가 강남3구를 포함한 전 지역의 비거치식·고정금리·분할상환 방식의 대출에 최대 15%포인트의 DTI 비율을 확대한 것은 기한이 없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둔화시킬 수는 있지만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 '두 토끼 잡이' 효과 제한적 vs "명분과 실리 절충시킨 묘안"
결국 이번 3.22 주택거래활성화대책의 최대 수혜는 강남3구와 자산가들에게 주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금융경제연구부장은 "다른 지역은 DTI 규제 부활과 맞바꿨다고 봐도 되지만 핵심지역인 강남3구는 오히려 DTI비율이 15%포인트 늘었다"며 "서민과 중산층 실수요자의 주택거래 애로 해소를 위한 보완방안이 결과적으로 강남3구 자산가들의 대출만 늘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부장은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향후 부동산 가격 전망에 달려있다"며 "가격만 오른다면 자산가뿐만 아니라 생활형편이 어려운 서민들도 이자부담을 감당하면서까지 대출을 받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 경제상황은 경기가 좋지 않고, 금리 상승기에 진입했으며, 주택매매를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다. 거래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이번 대책이) 취득세 50% 추가인하를 통해 수요자들의 거래 접근성을 높이고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통해 공급자들의 공급확대를 유도함으로써 주택거래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부동산 경기에 대한 신뢰가 깨져있어 초과공급이 생기더라도 거래활성화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이번 대책이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책이라는 평가도 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전체적인 DTI 규제는 회복시켰지만 취득세를 인하하고, DTI 비율을 완화해 거래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명분과 실리를 절충시킨 묘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서 강남3구를 제외한 것은 '넌센스'라는 반응이다.
강남3구만 분양가 상한제가 유지되면 오히려 강남3구에서 싼값에 분양받을 수 있게 된다. 반대로 다른 지역은 지금보다 더 비싼 가격에 분양받게 돼 강남3구에서의 분양이 소위 '대박'으로 인식될 소지가 있다.
박 연구원은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서 강남3구를 제외한 것은 강남3구의 주택값이 비싼데 따른 가격제한 의도였겠지만 다른 의미에서 해석할 때 공급자가 공급을 줄이면 주택 희소성이 부각돼 강남3구는 영원한 로또가 될 수 있다"며 "오히려 강남3구 주택구입자들한테는 호재"라고 평가했다.
◇ 당국, 통계수치만 신경..효과 대상엔 무신경
금융당국은 이번 DTI 규제 부활로 전체 주택담보대출은 줄어들게 되고 일부 DTI 비율이 확대됐지만 건전한 대출이 증가해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서민의 실수요 주택거래에 자금조달 애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DTI 비율을 15%포인트 완화하고 DTI 면제대상인 소액대출 한도도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유지하기로 했지만 서민을 대표하는 소득1,2분위는 결국 언젠가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더 늘려 끌고 가는 셈이다.
따라서 이번 대책에 대해 "주택거래활성화와 건전한 가계대출 확대라는 전체 평균 통계 수치만 신경 썼을 뿐, 이런 결과가 누구에게 효과적일 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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