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서울 성수동에 사는 직장인 권 모씨(34)는 매달 통신비로 5만원, 기름값으로 15만원를 쓴다. 최근 통신요금, 기름값 인하에 정부가 발 벗고 나서면서 팍팍한 살림이 좀 나아질까 기대하고 있다.
권 씨는 결혼 전 대출 받아 산 집 이자도 매달 70만원 정도 내고 있다. 권 씨는 "원금도 아니고 이자만 월급의 1/4정도를 내고 있으니 사실상 월세"라며 "금리가 계속 오른다는 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민 생활에 민감한 통신비, 기름값은 인하 요구가 높지만 은행 이자는 왜 그대로일까?
◇ 금리 상승 가능성 높아
오는 13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점쳐지고 있다.
올들어 매달 물가가 4%대 이상 급등하면서 한국은 OECD국가 중 물가상승률 2위를 기록했고 김중수 한은 총재는 '베이비 스텝(단계적 금리 인상)'을 강조했다. 기준금리는 이미 지난 1월, 3월에 0.25%포인트씩 올랐다.
<기준금리 추이>
시중은행은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다음 영업일에 이를 바로 반영한다. 다음 주 16일이 되면 지금보다 이자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실제 이자부담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이번 주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8개월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신용대출 금리 역시 인상됐다.
국민은행의 담보대출 금리는 5.17∼6.47%로 6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초와 비교해 0.76%포인트 올랐다. 신한은행도 5.06∼6.46%로 6개월간 0.0%포인트 상승했으며, 외환은행도 0.63%포인트 오른 4.88∼6.63%까지 금리 수준이 높아졌다.
씨티은행은 지난달 말 직장인신용대출의 기준금리를 금리변동 주기별로 0.05∼0.18%포인트 인상했다. 6개월변동 신용대출 금리는 8.39%로 0.18%포인트 높아졌다.
◇ 은행들, 1분기에만 3.4조 벌어
통신비와 기름값 인하 요구 배경에는 통신사와 정유사의 순익이 '과하다'는 이유가 있다.
실제 1분기 중 통신3사는 1조4304억원의 이익을 냈고 정유4사 역시 고유가에 힘입어 1조원 안팎의 영업익을 보일 전망이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분기 중 국내 은행의 전체 순익은 3조4000억원에 이른다. 지난 4분기 대비 69.7%나 급증했다.
<은행권 1분기 실적>
은행 |
액수 |
국민은행 |
7405억 |
우리은행 |
5075억 |
신한은행 |
6471억 |
하나은행 |
4056억 |
기업은행 |
5672억 |
은행권 전체 |
3조4000억 |
금감원 관계자는 "이자이익이 견조한데다 지난해 2분기 이후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 관련 대손비용이 크게 줄어 은행 수익성은 대체로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 "이자 부담 커 서민생활 불안정"
결국 은행들이 이처럼 큰 수익을 내면서 이자 경감에 적극 나서지 않는 이유는 금리 상승기를 틈 타 순익을 늘리려는 전략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주택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서민들이 담보대출을 받으면서 은행권 순익이 좋아진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무작정 이자를 낮추면 은행권 부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금리 상승기에 이자를 낮추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답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은행 이자를 내리면 세금을 굳이 들이지 않고도 서민 생활이 개선될 수 있다"며 "은행들이 '약탈적 대출'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이자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미 정유업체들의 1분기 순익이 급증하자 "연 40억 달러에 달하는 정유업계 세금감면 혜택을 없애야 한다"고 의회에 주장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앞서 권 씨의 사례에서 볼때 0.1%포인트 금리 인하는 어떤 혜택을 가져올까?
한 달 기준 통신비가 10% 인하된다면 5000원(5만원X0.1), 주유비 리터당 100원 인하 때는 7500원 (리터당 2000원 기준) 정도 부담을 덜 수 있다.
하지만 1억원 대출시 금리가 0.1%포인트씩 떨어지면 월 이자가 만원 씩 떨어진다. 연이자로 따지면 12만원에 이른다. 대출금이 많고 고리 대출을 받을 수록 이자 부담은 덜해진다.
실제 "이자가 높다"는 당국의 지적을 받고 작년 초에 시중은행들은 일제히 금리를 0.1~0.2%포인트 인하한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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