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주파수 경매를 둘러싸고 이동통신사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주파수 경매를 주관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애초 제기됐던 '데이터망 과부하 해소'라는 주요 명분이 희석되고 있는데다 '4G 시대'가 예상외로 빨리 다가왔기 때문에 방통위는 아예 경매를 나중으로 미루는 방안도 주요하게 검토하고 있다.
주파수 확보 경쟁은 원래 이통사들이 '3G 데이터 트래픽 과부하'를 이유로 2.1기가헤르츠(㎓) 주파수를 서로 달라고 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정말 이통사들이 현재 주파수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많다.
또 팸토셀 등 과부하 해소를 위한 저렴한 대안이 충분한 상태에서 최소 30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추가 주파수 확보에 열을 올릴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결국 이통사들의 진심은 데이터 트래픽 해소가 아니라 향후 4G 시장 선점을 위한 주파수 확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부터 기술흐름의 중심이 3G에서 4G 롱텀에볼루션(LTE)으로 넘어가는 분위기가 뚜렷해지고 있으며 이통사들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4G 마케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통사들은 주파수를 추가 배분받는다고 해도 3G보다는 4G에 투자할 공산이 크다.
게다가 2.1기가 대역 LTE 장비에는 4G와 3G 부품이 같이 들어가기 때문에(다중입출력 방식, MIMO) 4G, 3G 서비스를 동시에 할 수 있다.
결국 현 시점에서 방통위가 2.1㎓ 경매를 실시한다면 애초 취지인 '데이터 트래픽 해소'가 아닌 이통사들의 '주파수 사재기'를 도와준 꼴이 된다.
◇주파수 싸움, '필요' 아닌 '상대 견제'가 목적
통신사들 사이에 불거진 주파수 싸움은 지금 시점에서는 '사업적 필요'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견제'가 더 큰 원인이다.
이통사들은 해당 주파수가 당장 필요해서가 아니라, 서로를 견제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각 사업자들 입에서는 '추가 주파수가 상대 이통사에만 넘어가지 않으면 된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이처럼 2.1㎓에 온 사업자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방통위에서는 특정 사업자에 주파수가 쏠릴 위험을 희석하기 위해 1.8㎓, 700㎒를 공동으로 경매하는 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700㎒는 2013년 디지털TV 전환 완료 후에나 쓸 수 있는 대역이다.
1.8㎓의 경우 LTE 단말이 기본으로 지원할지 애매하기 때문에 사실상 사업자들의 관심에서 멀다.
글로벌 시장에서 1.8㎓는 2.6㎓, 800㎒, 700㎒에 이어 네번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해외 단말 제조업체들이 굳이 1.8㎓를 지원하는 단말을 대표상품으로 내놓을지 미지수다.
◇지금 당장 주파수 경매하면 누가 유리?
이동통신사들이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1.8㎓를 제외한다면, 가능한 당장의 주파수 경매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두 시나리오 모두 특정 사업자에게 유리한 상황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먼저 방통위에서 2.1㎓(20㎒ 대역)만을 경매하는 경우다.
한 사업자가 20㎒ 대역을 다 가져갈 수도 있고 방통위가 이를 방지하기 위해 10㎒씩 나눠서 경매에 부칠 수도 있다.
이 경우 최대 두 개 사업자밖에 주파수 대역을 얻지 못한다.
만약 이 과정에서 자금경쟁력이 가장 떨어지는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032640)가 제외될 경우 방통위의 부담이 너무 커진다. 공공재인 주파수 중 황금대역을 두 사업자가 차지하고 나머지 한 사업자는 아예 배제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2.1㎓와 700㎒를 동시에 경매하는 안이다.
이럴 경우 2.1㎓ 대역을 60㎒나 갖고 있는
SK텔레콤(017670)은 자연히 700㎒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SK텔레콤이 여유롭게 700㎒를 선점하는 동안, 2.1㎓를 놓고 '안심할 수 없는'
KT(030200)와 '가난의 대물림을 벗어나려는' LG유플러스가 다툴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엔 앞으로 SKT에 너무도 유리한 국면이 펼쳐진다.
주파수 경매안은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간담회를 통해 결정한다.
특히 통신 전문가인 신용섭 상임위원의 의중이 중요한데 신 위원은 방통위 실무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오남석 전파기획관은 17일 기자들을 만나 "진정으로 새 주파수를 원하는 사업자가 없으면 연기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언급했다. 방통위 실무진의 고민이 읽히는 대목이다.
지금의 주파수 경매 계획은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국회에서 "7월까지 경매를 끝낼 것"이라고 답한 데서 시작됐다.
하지만 상황이 예상외로 급변하면서 지금 당장에는 주파수 경매가 불필요하거나, 혹은 경매를 한다 해도 특정사업자에게만 도움을 주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처지가 됐다.
방통위 안팎에서 경매 연기론이 나오는 이유다.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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