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청년 백수들이 발에 차이고 심지어 취업이 안돼 자살까지 하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청년 취업난이다."(A대 취업준비생)
"OECD 국가의 청년실업률은 18% 이상이다.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8~9%인데 다른 나라에 비해 최상으로 나은 편이다."(이명박 대통령)
"5월 고용률 60.1%로 1년만에 60%대 회복, 실업률은 3.2%로 전년동월과 동일, 청년실업률 7.3%로 전달보다 하락, 전체적으로 민간 고용이 늘면서 고용상황 개선"(통계청 5월 고용동향 자료)
똑같은 현실을 놓고 취업 현장과 정부의 공식통계, 그리고 최고 권력자의 평가가 각각 다르다. 진실은 무엇일까?
기자의 선후배들 가운데 대학을 나온 청년백수가 많다. 취업하기 위해 이력서를 쓰다 지쳐 쉬고 있는 선배도 있다. 통계청에서 말하는 '취업단념자'다. 취업단념자와는 달리 아무 이유없이 취업을 안(못)하는 '그냥 쉬는 자'도 많다.
통계청이 발표한 실업률은 지난 2008년 이후 꾸준히 3%대, 청년실업률은 지난 3월 9.5%를 기록한 이후 5월에는 7.3%로 낮아졌다. 정부 공식 통계상의 실업률 수치를 보고 말하는 대통령의 말은 맞고 백수들의 주장은 엄살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통계청 실업률 조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OECD실업률과 우리 실업률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
우선, OECD청년실업률은 15~24세 중 4주간 구직활동을 한 적이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하는데, 한국의 경우 군복무가 의무화돼 있어 청년실업 범위를 15~29세로 넓게 잡는 ILO기준을 채택한다.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산출된 OECD국가의 청년실업률과는 비교를 할 수 없다는 말이다.
또 '알바'를 하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취업자'로 분류되고, 경기침체로 구직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실업자, 고시생과 취업을 위해 학원수강을 하는 취업준비생 등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아예 실업자 통계에서 누락되고 있다.
즉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시켜버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인구를 실업률에 반영하면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최소 20%이상으로 올라간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의 실업률 체감수치는 통계상으로 나타나는 실업률보다 4배 이상 높았다.
백번 양보해서, 청년실업률 7~8%대가 선진국 수치보다는 낫다고 해도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청년층 실업자 수는 31만1000명으로 전년비 13.4%나 급증했다.
특히 대학 재학 연령층인 20~24세 고용률은 2월 0.7%P, 3월 0.4%P, 4월 0.6%P, 5월 1.1%P 매달 하락하고 있다. 높은 대학등록금에 아르바이트 자리도 없는 20~24세 청년층이 늘었다는 말이다.
취업 경험이 전혀 없는 실업자 수는 4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만1000명(34.5%) 급증했다. 한정된 신규일자리와 경력채용이 일반화되면서 취업 한번 해보지 못한 청년 실업자가 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OECD 국가들의 실업률을 언급하며 '우리는 최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오늘도 백번째 이력서를 쓰고 시간당 5000원짜리 '알바'에 청춘을 바치는 청년백수들의 좌절감을 모르기 때문일까?
아니면 구중심처 청와대에서 참모들에 둘러싸여 있는 대통령이 이런 현실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해서일까? 현실을 반영 못하는 통계를 바꿔야하나. 현실을 인식 못하는 대통령을 바꿔야 하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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