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나연기자]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7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낮추면서 8일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S&P는 1941년 이후 70년간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 수준인 AAA로 유지해왔지만 AA+로 한 단계 내리면서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미국이 부채상한 증액을 타결했지만 재정적자를 줄이기에는 충분하지 않고, 최근의 재정 이슈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정치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이기 때문에 향후 2년 내에 신용등급을 추가 강등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S&P는 앞으로 2년 안에 미국 정부가 계획한 대로 재정지출을 줄이지 못하고, 정부 부채 수준이 기존 전망보다 더욱 커진다면 AA로 추가 강등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보다 부채 상황이 좋지 못한 일본의 신용등급이 AA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AA등급 유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낙관적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상징적 의미가 아닌 실질적인 측면에서
는 AA 등급 유지가 중요한데, 아직 일본의 신용등급이 AA- 라는 점에서 10년 안에 미국이 AA등급을 상실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S&P의 이번 조치가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기 어려워보인다고 평가했다.
신용등급 하락은 채권이나 다른 부채상품 구매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이전 등급이었을 때보다 커졌다는 경고이기 때문에 조달금리 상승 요인이 된다.
그러나 미 국채의 높은 유동성을 감안할 때, 조달금리는 급격히 상승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AAA를 보유했던 국가 중에 1987년 노르웨이, 1990년 핀란드, 1991년 스웨덴, 1994년 캐나다, 1997년 일본, 2008년 아이슬란드와 2009년 아일랜드, 스페인 등이 AAA등급을 박탈당한 경우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조달비용이 상승하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또 미 국채 보유국가들이 미 국채를 매도할 가능성도 낮아보인다.
정용택 KTB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현실적으로 글로벌 마켓에서 가장 유동성이 큰 미 국채를 대체할 만한 시장이 없어 미 국채 신용등급 강등이 일부 펀드의 자산 편입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하더라도 당장 이를 매도하고 편입할 수 있는 대안이 마땅치 않다"고 했다.
물론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금융쇼크로 번지지 않더라도 기축통화 위상 약화에 따른 국제통화체제의 리스크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금융시장 불안과 안전자산선호 현상을 지속시킬 가능성이 있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마땅한 대안이 없어 당장 미 국채에서 대규모 자금이 이탈할 수는 없겠지만, 과거 일본과 캐나다 등이 경험했던 등급 하향과는 강도가 다른 충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독일, 영국, 프랑스와 함께 최고의 신용도를 유지하던 미국은 국채와 달러에 대한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AAA등급을 받고 있는 국가들은 어떤 경우에도 채무상환능력이 안정적이고, 경제위기 등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최고 수준이라고 믿어왔다.
신 연구위원은 "미 국채 신뢰도의 '하향 평준화'는 단기적인 움직임보다는 중장기적으로 투자자들의 기호를 변화시킬 것"이라며 "국내 금융시장은 선진국 소버린 이슈가 천천히 진행된다면 투자자금이 투자 다변화를 위해 우리나라 등 우량 이머징 마켓으로 흘러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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