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상욱기자] 한국투자증권(대표 유상호)이 국가 주도의 1640억원 규모의 해외자원개발펀드 운용을 맡은지 1년이 넘었는데도 투자실적이 미미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나마 투자한 기업 역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어 자금 회수 방안에 대한 우려까지도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4일 지식경제부와 한국투자증권, LG그룹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한국투자증권은 1640억원 규모의 '글로벌다이너스티해외자원개발사모투자전문회사(이하 다이너스티펀드)'를 만들었다. 이 펀드에는 정부측에서 한국석유공사가 210억원, 한국광물자원공사가 30억원을 투자하고 한국전력도 1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민간에서는
한국금융지주(071050) 계열 한국투자증권이 100억원,
LG상사(001120) 100억원, 바클레이즈캐피털 100억원, 흥국사모펀드가 600억원, 미러펀드(Mirror Fund)가 400억원을 각각 투자키로 했다. 이 펀드는 블라인드 펀드 운용방식이어서 투자자금을 확정한 후 투자처를 정한 뒤 실제 투자가 이뤄진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은 1640억원의 펀드 약정 자금 중 30억원 정도를 해외 자원개발 회사 지분에 투자하고 나머지 약정액은 여전히 묵혀두고 있다. 게다가 투자한 기업 역시 사업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이너스티펀드는 지난 2월 유전 개발 업체인 동부유럽지역의 C사에 1000만달러, 동남아지역 석유개발기업인 N사에 2000만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각각 지분 20% 정도를 인수하는 조건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5월 투자 약정에 따라 약 300만달러 정도를 집행했고 나머지 금액은 추후 해당 기업의 요청에 따라 집행될 예정"이라며 "블라인드 펀드여서 투자 기업의 구체적인 상호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대표사원인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8월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투증권은 이 펀드에 올 6월 말 기준 7억4500만원을 투자했으며 해당 기업은 지난 회계연도 기준 9억37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업계에 따르면 투자 결정 당시부터 무리한 결정이라는 주장이 나왔었다. 업계 관계자는 "두 기업의 석유 광구는 모두 20~30년 전 경제성 부족으로 개발이 중단됐던 곳"이라며 성공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해외 석유개발기업에 대한 비상장 주식 투자일 뿐이어서 석유개발 여부와는 상관 없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업계 일각에서 흘러나고 있는 상황.
또 펀드의 투자기간이 5년에 불과한데 아직 전체 펀드 약정금액의 50분의 1 정도밖에 투자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도 논란거리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이제 첫 투자를 시작하는 단계여서 일부만 집행된 것"이라며 "계속 투자처를 찾고 있다"고 해명했다.
강영일 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이 펀드에 대해 "정부는 민간의 투자의향을 구체적으로 조사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자원개발펀드 출자로 예산을 낭비했고 공기업에 투자를 강요했으며 투자실적까지 부풀렸다"면서 "펀드의 투자처를 못 찾아 계좌에 돈을 묵혀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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