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정부가 기름값 잡기에 손을 놓은 것일까? 휘발유값이 한달 넘게 연일 상승하면서 사상최고치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정부의 움직임은 눈에 띄는 게 없다.
지난 1월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적에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가격 높은 주유소의 공급실태와 가격구조를 분석하겠다고 나선 적이 있다. 회계 장부까지 뒤지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도 기름값 잡는데 동참하겠다며 칼을 휘둘렀다.
'석유제품가격 태스크포스(TF)' 을 꾸리는 등 요란을 떨어 정유사들로부터 한시적으로 기름값 100원 인하를 받아내기도 했다.
이렇게 기름값 잡기에 혈안이 됐던 지경부가 최근 잠잠하기만 하다. 몇달전의 '립서비스'조차 들을 수 없다.
◇ '천정' 뚫린 기름값..연일 고공행진
보통 휘발유 평균가격은 사상 최고치 경신을 눈앞에 뒀다. 13일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서비스 사이트 오피넷(www.opinet.co.kr)에 따르면, 오전 10시 현재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보통 휘발유 평균가격이 리터당 1971.15원을 기록했다.
이는 정유사가 리터당 100원씩 기름값을 인하하기 전인 지난 4월5일 기록한 역대 최고치 1971.37원과 비교해 불과 0.22원 낮은 수치다.
보통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지난달 4일 1993.21원을 기록한 후 하루도 빠짐없이 상승했다. 이날까지 39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
특히 서울 지역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45.21원으로 3일째 사상 최고가격을 갈아치우고 있다.
◇ 국제유가 하락<환율 상승..기름값 '날개'
두바이유는 지난달 8일 110달러를 기록한 후 내림세를 거듭, 지난 7일까지 두자릿수로 떨어졌다.
이 같이 국제유가가 하락했음에도 국내 기름값은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유럽 재정위기와 세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원·달러환율이 1200원에 육박해 국내 휘발유값 인상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원화를 환산한 국제 휘발유가격을 베이스로 쓴다. 환율이 상승하면 국내 정유사들의 휘발유 공급가격도 오른다. 달러를 주고 원유를 수입한 후 다시 원화로 기름을 파는 시스템인 것.
실제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5주 사이 국제유가 하락으로 리터당 70원 인하 요인이 생겼다. 그러나 이 기간 원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비용이 늘어 96원 오르는 요인이 됐다.
◇ 지경부 환율에 '속수무책'.."기존 대책 가시화"
휘발유 가격이 줄기차게 오르고 있음에도 지식경제부는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기보다 기존 정책을 내실화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기름값이 상승한 요인이 원·달러환율인데 이에 대한 예측이 어렵고, 단기적인 대책은 미봉책에 그친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경부 한 관계자는 "기름값에 있어서 환율 변수가 크다"며 "환율 전문가들도 1200원 가까이 환율이 오를 것으로 생각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름값이 연말까지 얼마가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지경부는 지난 4월 발표한 '석유시장 투명성 제고 및 경쟁 촉진방안'인 ▲ 석유제품 가격공개제도 확대 ▲ 제6의 독립폴 신설 지원 ▲ 석유제품 거래시장 개설 ▲ 정유사의 사회적 책임 강화 등을 내실화해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기름값이 상승하는 인상 요인을 봐야한다"며 "단기적으로 기름값이 상승하는 요인이 원·달러환율이라면 특정 대책으로 소비자한테 직접적인 효과가 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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