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경훈기자]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의회에 통과됐으나 국내 섬유업체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미국 섬유 관세율의 평균은 13.1%로 한국의 9.3%보다 3.8% 포인트나 높은 상황이어서 관세가 철폐되면 국내 섬유업체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속내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FTA가 발효되면 미국의 관세가 철폐돼 미국시장에서 국내 섬유, 의류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생겨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것이라고 판단한다.
한국섬유산업연협회의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협회 관계자는 "미국 관세 폐지시 주요 경쟁국인 일본, 캐나다, 대만, 중국 등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나아져 대미 수출이 늘어날 전망"이라며 "미국산 섬유소재를 사용해 완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업체도 세계시장에서 수출경쟁력이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동안 대미섬유 수출량은 지난 2006년 20억달러에 육박했지만 해마다 감소세를 보여 지난 2009년에는 11억800만달러로 추락했다.
협회는 이번 한미 FTA발효로 보다 개선된 가격 경쟁력을 토대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 할 것으로 크게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협회의 이 같은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정작 최전선에 나선 국내 섬유업체들은 이번 한미 FTA 비준통과가 그다지 반갑지 않다.
국내 유명 섬유업체 관계자는 "물론 수혜를 받는 기업은 있겠지만 대부분 업체들이 중국 등지서 아웃소싱을 하고 있다"며 "아웃소싱 기업의 경우 얀포워드 규정에 걸려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실제 관세철폐 혜택을 받는 국내 섬유 업체들은 일부"라고 지적했다.
`얀포워드(Yarn Forward) 규정`은 FTA 체결국간에 생산한 원사를 사용해 최종 완제품으로 수출할 때까지 모든 공정을 역내에서 수행한 물품만 관세 철폐를 인정해 주는 미국의 대표적인 비관세 장벽이다.
예를들어 국내산 '실'이나 미국산 '실'을 가지고 국내에서 공정을 다 마친 물품만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아웃소싱을 주로 하는 국내 섬유업체들은 `얀포워드 규정`에 적합하지 않아 관세철폐 효과를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FTA 협상과정에서의 허술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곽성문 전 자유선진당 국회의원은 과거 한미 FTA 특별위원회에서 한국 섬유업계에서 소비하고 있는 원사의 최소 50% 이상이 한국와 미국 외의 제3국에서 수입되고 있기 때문에 관세율 혜택을 받는데 한계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이후 우리나라는 `패브릭 포워드(제직부터 이후의 염색과 봉제공정을 자국에서 수행하는 것)`와 재단봉제 기준 등 스트림(제조과정)별로 원산지 기준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줄 것을 주장했으나 그 일부만 이번 FTA기준에 받아들여졌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 수석연구원은 "정확한 수치는 통계내기 어렵지만 상당수의 섬유업체들이 얀포워드 장벽 때문에 FTA효과를 누리지 못할 것"이라며 "향후 조정과정을 거치더라도 미국이 자국에 불리하게 작용되는 얀포워드규정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업체 관계자는 "미국 업체들이나 FTA를 체결하지 않는 다른 나라 업체들과 FTA를 체결한 우리 업체가 다른 게 뭐냐"며 "허술해도 이 정도 허술하고, 이 정도로 대폭 양보했으니 미국에서 대통령이 그렇게 환영받는 것 아니냐"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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