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상욱기자] 여의도 증권가가 인도의 계급 차별 체제인 '카스트제도' 같은 계급화가 이뤄지고 있다. 비슷한 업무를 하면서도 정규직에 비해 적은 월급을 받고 승진, 복지 등에서도 불이익을 당하는 사실상 비정규직인 '무기계약직'이 바로 그 것이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일부 증권사들이 계약직 2년 후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고 '무기계약직' 형태로 근로 계약을 맺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기자본 기준 상위 5개사 중에서는
한국금융지주(071050)(대표 김남구) 자회사 한국투자증권(대표 유상호)이 수년 전부터 2년을 채운 계약직 직원들을 무기계약직 형태로 바꿨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등은 모두 2년 뒤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기계약직은 말 그대로 계약직은 계약직인데 계약 기간을 무기한으로 둔다는 의미다. 즉 고용은 안정적이어서 고용노동부에서는 이들을 정규직으로 분류한다.
일반적으로 공무원이나 공기업에서 단순 업무직 직원을 계약직으로 뽑은 후 2년 뒤 무기계약직으로 바꿔 계속 근무토록 한다. 기업 등 사용자 입장에서는 연봉, 복지 혜택에 차이를 둬 정규직보다 싼 임금으로 직원을 쓸 수 있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직원 공개채용을 2가지 형태로 나눠 실시한다. 영업이나 본사 관리직 등 일반 대졸 직원을 뽑는 대졸 공채와 단순 사무, 상담, 텔러 등의 업무를 맡을 업무직 공채를 별도로 한다. 고졸, 전문대 졸업자는 아예 지원조차 되지 않기 때문에 모두가 4년제 대학 졸업자다.
일반 업무직은 계약직으로 뽑아 2년 근무 후 일부는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상당수는 무기계약직으로 근로 계약을 맺는다. 이들은 6급 직원으로 구분돼 대졸 공채로 채용되는 5급과 처음부터 차별이 시작된다. 신입 시절부터 연봉은 1000만원 이상 격차가 난다.
평균적으로 대리 승진에는 대졸 공채가 3~5년 정도지만 무기계약직 직원들은 최소 7~8년은 근무해야 한다. 40대 대리가 있을 정도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계약직 2년 후 정규직이 아닌 계약 형태로 남아 있는 직원들이 있다"며 "복지나 처우는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원칙이 있다. 등질(等質) ·등량(等量)의 노동에 대해 같은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예컨데 같은 업무직으로 입사, 한 명은 정규직이 되고 한 명은 무기계약직이 된다면 이 원칙을 위배하는 셈이 된다. 법원에서는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도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정규직 전환이 되어야 한다"며 "사업장마다 예외조항 등이 있을 수 있어 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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