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일본의 통화인 엔화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가운데 엔고 수혜 업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엔화 강세 기조가 단기간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증권업계에서는 자동차·전기전자(IT) 업종을 엔고 수혜 업종으로 꼽고 있다.
◇ 엔고 현상,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아"
27일(현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75.67엔까지 하락했다. 전날 75.71엔에 이어 세계 2차대전 이후 최고치를 또 다시 경신한 것이다.
이처럼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데에는 유럽 재정위기가 자리잡고 있다. 그리스에서 촉발된 유럽의 재정위기가 글로벌 경기 침체로 확산되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엔화에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전 세계적인 양적 완화도 엔화 강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국 통화가 약세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시중에 통화량이 많아야 한다. 이에 일본 중앙은행은 5조엔 규모로 장기 국채를 추가 매입한다는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양적 완화를 추진하고 있어 엔화 강세 기조를 막지 못하고 있다.
향후 엔화의 향방에 대해서는 강세 기조는 꺾일 수 있지만, 단기간에 약세로 전환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엔화 강세의 중심에 있는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
조태훈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일본 엔화는 역사점 저점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엔화가 지금보다 강세로 가기에는 심리적 부담감이 있다"고 밝혔다.
신중호
한화증권(003530) 연구원도 "유럽 재정위기가 진정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다소 약화되고 있다"며 "엔화 강세 기조는 꺾이겠지만, 약세로 전환하기엔 유럽 문제 해결 지연으로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 수혜업종, 일본과 경쟁관계인 자동차·IT
국내에서는 엔화 강세로 자동차와 IT 업종이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일본과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두 업종 내의 기업들은 일본 기업과 비교해 제품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환율 수혜로 가격 경쟁력마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것.
이경수
신영증권(001720) 연구원은 "엔화 강세는 IT와 자동차 같은 국내 수출주에게 호재로 작용한다"며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두 업종 모두 파이를 서로 나누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근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엔화가 강세면 일본과 경쟁인 업종이 수혜를 받는다"며 "자동차 업종의 경우 제품 경쟁력도 있고, 환율에 따른 가격 경쟁력도 있어 대표적 수혜 업종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일각에서는 엔화 강세의 지속 전망에도 수혜 업종의 이점이 줄어들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자동차와 IT 업종이 대표적 엔화 강세의 수혜 업종이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일본 기업이 비싼 자국 가업의 부품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기업의 부품을 구입하고 있어 엔화강세에 따른 수혜가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오 연구원은 이어 "원엔 환율이 100엔당 1500원에서 지금은 1450원까지 내려왔다"며 "향후 유럽의 재정위기가 해결되면 엔화 강세는 약해지고 반대로 원화는 강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