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
요즘 국내제약업계에서 떠도는 말이다. 내년부터 시행될 새로운 약가인하제로 제약업계 전반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제약사(매출 대비)들은 구조조정보다는 신규 채용을 보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반면, 중견제약사들은 본격적으로 명예 퇴직 신청을 받는 등 제약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예전 방침대로 새 약가인하 고시안 발표까지 제약업계 목을 조르고 있는 형국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H제약사는 연말에 뽑을 신규채용 공고를 접었다. 대신 부서 간 업무 공백을 채우기 위해서 ‘업무연계활용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소위 '직원 꿔주기'라고 하는데, 그간 한 가지 일에 종사하는 것과는 달리 다른 업무까지 병행하는 것을 말한다.
D제약사는 약가인하 방침에도 불구하고 올해 전년대비 약 15% 가량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 마케팅과 영업사원 직원을 늘리려 했지만 잠정 보류한 상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직원 채용을 진행할 경우 업계로부터 반감을 살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대형제약사들의 움직임과는 달리, 중견제약사들은 말 그대로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대형제약사들은 새 약가인하 제도 시행 이후에도 어느 정도 신약특허권을 갖고 있어 버틸 수 있지만, 대부분 복제의약품을 갖고 있는 중견제약사로서는 당장 20%이상의 매출 하락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어쩔 수 없는 구조조정에 들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J제약사는 지난주부터 명예퇴직자 접수에 들어갔다. 현재 까지 2~3명의 퇴직자들이 접수 했지만 마감되는 이달 말까지는 20~30여명이 이를 전망이다.
이 제약사 관계자는 "내부 방침대로 30여 명의 명예퇴직자들을 받고 있다"면서 "주된 이유는 올해 매출 하락과, 내년에 시행될 새 약가인하방침 때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K제약사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K제약사는 50여명에 이르는 영업사원 수를 40여명으로 줄이고, 내근직도 10여명 감축하기로 했다.
특히 그간 홍보와 마케팅 업무를 분산했지만, 불가피하게 통합시키기로 했다. 홍보 담당자는 최근 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제약사 한 간부는 "중견 제약사들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면서 "회사 간 M&A만이 앞으로 제약업계에서 살 길 뿐이다. 정부가 제약업계를 말살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새 약가인하제도(8·12)가 발표된 직후 한국제약협회 이경호 회장은 "정부 방침대로 일괄 약가 인하가 진행될 경우 제약업에 종사하는 2만 여명의 대량 실업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이는 국내 제약 산업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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