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제언 기자] 내년 건설업체들은 해외에서 살 길을 모색해야 할 전망이다.
저축은행 부실의 한 원인이 됐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끊기고 미분양 사태가 줄을 잇자 중소형 건설사들은 하나둘씩 시장에서 사라져 갔다. 대형 건설사 조차 뚜렷한 수주건이 없어 올해 주식시장에서 건설주에 대한 비관론이 팽배했다.
실제 올해 코스피 수익률이 마이너스(-)10%안팎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종지수의 수익률은 -20%가 넘으며 좌절감마저 들게 만들었다.
그러나 증권가는 건설업종의 내년 전망에 대해 해외 시장으로 눈길을 돌린다면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국내는 기댈 곳이 없다
국내쪽 건설경기에 대한 전망은 어둡다. 주택시장이 소폭 살아날 기미가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건설사 등이 움직이는 토목 쪽은 이렇다할 수주가 없다.
과거 뉴타운과 같은 재개발 사업 붐(Boom)이 일어나거나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돼 건설사에 일거리가 생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도 이렇다하게 건설사에 득이 되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내년 대선과 총선 이후 예산안이 어떤 식으로 책정될지 변수가 존재하기도 한다.
이원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개발 사업으로 민간 사업이 소폭 개선돼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감소하고 지자체 예산이 악화되며 건설경기 둔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송홍익 대우증권 연구원은 "2040세대의 경제적 어려움과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상황이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부동산 부양정책을 일방적으로 사용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 중동의 민주화 바람..건설사엔 호재
증권업계는 하나같이 내년 건설업의 화두는 해외시장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럽발 금융위기로 인해 국내 은행들까지 허리띠를 졸라매는 형국이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유럽의 플랜트업체들의 입지가 흔들려 이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다.
이창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유럽재정 위기 여파로 주요 경쟁 EPC(설계·기자재조달·시공)업체들의 위상은 약화 추세"라며 "민자발전사업(IPP) 부문에서 프랑스 'GDF Suez', 영국 'Int'l Power' 등 과거 최수위의 개발사업들의 위상은 중동, 중국, 한국기업들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동에서 일고 있는 민주화 바람도 해외에 거점을 두고 있는 건설사들에게는 긍정적이다.
송홍익 연구원은 "올초 중동은 민주화 운동을 겪으면서 경제 성장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커진 상황이기 때문에 넘치는 오일 머니를 건설이나 플랜트 투자로 연결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유가상승과 선진국 인플레이션이 중동발 건설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송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확대와 유가 상승이 맞물리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은 가중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석유 생산량을 늘려 에너지 가격을 낮추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전했다.
중동발 엔지니어링 시장 성장은 석유 가격 상승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을 감안하더라도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큰 흐름이라는 설명이다.
이왕상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해외시장 쪽은 기대해도 좋다"며 "해외 플랜트 시장에서 중동의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많은 발주가 나올 것이고 한국업체들의 수주경쟁력 높아지고 있어 기대해도 좋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증권사 톱픽..해외 수주 많은 건설사
우리투자증권(005940)은 삼성엔지니어링과 대림산업을 추천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3년간 실적 성장을 통해 여타 건설사보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시현했고, 대림산업은 해외매출 비중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동양증권(003470)은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은 꼽았다. 내년 평균 국제유가가 80달러 이하에 머물더라도 높은 걸프협력협의회(GCC) 발주 물량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우증권(006800)은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을 최우선 선호주로 제시했다.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국내 비중이 낮고 해외 비중이 높기 때문에 내년에도 코스피지수를 웃도는 양호한 주가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나대투증권의 추천주는 현대건설과 GS건설이다. 현대건설은 내년 발전 플랜트 확대에 따른 최대 수혜 기업이고, GS건설은 국내 정유부문 최 강자로서 내년 중동 정유플랜트 확대에 따른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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