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은행에서 정치자금 대출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행들은 ‘확실한 담보 또는 신용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선거 보전금 등을 담보로 정치자금 대출을 받은 사례도 있다.
◇ 작년에 정치자금 대출 규제 풀려
내년 4월 실시되는 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자 등록이 지난 13일부터 시작 됐다.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면 선거기간 전 일정기간부터 제한된 방법으로 선거 운동이 가능하다. 이에 발맞춰 KB국민은행은 기부금 송금 수수료 등을 면제해주는 ‘당선통장’을 내놓기도 했다.
앞서 작년 5월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지난 1950년 은행법이 만들어질 때 있었던 '38조 정치자금 대출금지 규정'을 삭제했다. 이에 따라 정치인들도 합법적으로 은행에서 정치자금 목적의 자금을 대출 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신용대출 등으로 돈을 빌려 정치자금으로 쓸 수 있는 만큼 규제가 필요치 않다"며 "불합리한 규정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조항을 삭제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작년 법 개정 이후 KB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 은행 등 시중은행에 확인 결과 아직까지 명백한 정치자금 목적의 대출은 없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치자금이라고 하더라도 담보나 신용이 있어야 한다"며 "정치인들이 자기 재산을 담보로 생활자금 목적의 대출을 받아 정치자금으로 써도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굳이 정치자금 대출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이 대통령, 선거 보전금 담보로 대출 받아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한나라당은 ‘차떼기당’ 이미지로 후원금이 걷히지 않자 선거 보전금을 담보로 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선거공영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에서 15% 이상 득표시 선거비용 전액, 10% 이상 득표시 선거비용의 절반을 선거 후에 국가가 보전해준다. 건물, 부동산 등의 담보가 아니라 '15%이상 득표율 예상'에 기반한 '가상의 담보'인 셈이다.
이를 담보로 한나라당은 4개 저축은행을 통해 260억원을 신용대출 받았다. 한나라당이 대출받은 260억 원은 2007년 대선비용 법정 제한액인 466억원의 60%에 해당한다.
이들 저축은행은 당시 이명박 후보의 보증을 요구했으나 결국 이 후보의 형인 이상득 의원이 보증을 선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자금법 개정 이전의 대출이었기 때문에 '불법대출'이지만 당시 큰 논란이 되진 못했다.
또 다른 사례로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대출도 있다. 작년 8월 김 전 후보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김 전 후보의 도지사 선거 자금이 논란이 됐다. 김 전 후보가 지난 2006년 경남도지사 선거 당시 쓴 선거비용 10억원 중 6억원이, 김 후보 부친이 담보 없이 경남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부친 재산이 1억3500만원인데 어떻게 담보 없이 6억원을 대출 받았냐”며 “도지사 아들 때문에 이뤄진 특혜 대출”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동시에 경남은행이 경남도 시금고를 맡고 있었기 때문에 김 후보자의 부친에게 선뜻 대출을 해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 은행들 "정치인들로부터 외압 세질까 걱정"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담보로 정치후원금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올해 걷힌 후원금을 기준으로 대출을 받아 이듬해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2억원이 필요한데 올해 1억5000만원의 후원금만 걷혔다면 나머지 5000만원 정도를, 이듬해 들어 올 후원금을 담보로 대출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 관계자는 "후원금이 내년에도 그렇게 걷힌다는 법도 없지 않느냐"며 "이런 담보로는 대출이 어렵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내년 선거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압력이 거세질까 노심초사 하는 분위기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지율 등 불확실한 것을 담보로 대출을 요구하는 국회의원 후보들이 있을 수 있다"며 "큰 골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