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이팔성' 강한 의지 드러낸 '우리금융 민영화' 시나리오는
이 회장, 신년사서 "민영화 의지 밝혀"
총선·대선 등 정치일정..민영화 방식 이견 등 험로 예고
2012-01-03 17:01:13 2012-01-03 17:01:13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이팔성 우리금융(053000)지주 회장이 민영화 추진을 재천명하면서 우리금융 민영화가 올해 금융권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총선과 대선 등 굵직한  정치일정뿐 아니라 민영화 방식을 놓고도 이견이 만만치 않아 어떤 식으로 민영화가 추진될 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민영화 통해 도약하겠다"
 
이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숙원인 민영화를 달성하고 국내 1위의 초우량 금융그룹, 글로벌 선진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우리금융은 정부에 의해 지분이 매각되는 입장이어서, 이 회장이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우호적인 투자자를 모아 민영화에 나서는 것 아니냐"고 해석했지만, 우리금융 관계자는 "원론적인 차원에서 민영화를 통해 우리금융이 발전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 2일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우리금융그룹 시무식에 참석한 이팔성 회장
 
지난 2001년 3월 정부 지분 100%로 출범한 우리금융의 현재 정부 지분은 56.97%다. 정부가 1대 주주인 은행이다보니 경영상 일부 제약이 있고, 직원들 성과급도 마음대로 주지 못하는 등 애로 사항이 많았다.
 
앞서 우리금융은 2010년과 2011년 두 차례 걸쳐 민영화를 추진하다 모두 불발됐다.
 
2010년만 해도 우리은행 직원들과 거래 기업들이 힘을 합쳐 지분을 인수하려 했으나 '경영권 프리미엄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막판 예비입찰에 불참했다. 2011년에는 국내 사모펀드(PEF) 세 곳이 인수의사를 밝혔지만 이 중 한 곳만 입찰에 참여하면서 유효경쟁(2개 이상의 입찰자 참여)이 성립하지 않아 역시 무산됐다.
 
◇ 쪼개기 VS 통으로
 
우리금융 정부 지분을 관리하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가 올해 상반기 내 재매각 공고를 낸다면 어떻게 될까.
 
일단 지난 2010년 당시처럼 우리금융 내 우리은행, 지방은행 또는 우리투자증권 등을 나눠서 매각에 나설 수 있다. 이 경우 매수자의 부담은 줄 수 있지만 금융지주사의 시너지 효과가 반감되는 등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 국민 혈세인 '공적자금의 회수 극대화'라는 측면에서도 맞지 않다.
 
2011년 처럼 금융지주 전체를 매각할 경우에는 가격부담이 만만치 않다. 정부 지분만 약 6조원에 이르기 때문에 국내에서 우리금융을 인수할 주체는 없는 상황이다.
 
하나금융지주(086790)의 김승유 회장은 외환은행(004940) 인수에 만 1년 넘게 공을 들이고 있고, 어윤대 KB금융(105560)지주 회장은 한 언론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올해 안에 M&A는 없다"고 말했다.
 
남은 주체는 산은금융지주 정도지만 정부 소유의 금융지주가 또 다른 금융지주를 인수하는 형태라 민영화의 의미가 퇴색한다.
 
앞서 한나라당 홍준표 전 대표는 '국민주로 하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사모펀드 등 해외 자본이 인수할 수도 있지만  '론스타'의 부작용이 크게 불거진 마당에 '국내 1위 금융지주사를 무분별하게 해외자본에 넘기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나올 수 있다. 일부 금융 전문가들은 "주인을 꼭 찾아줄 생각을 하지 말고 분산된 지분 형태도 괜찮다"는 입장이다.
 
◇ 다음 정권에 넘어갈 수도
 
이렇듯 매각 방식과 인수 주체의 존재 여부에 따라 우리금융 민영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다. 
 
그런데 올해는 4월 총선과 12월 대선까지 예정돼 있어 민영화 자체가 추진될 지도 미지수다. 특정 금융지주나 자본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특혜 논란'에 휩싸이면서 선거판의 정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복잡한 민영화 문제를 다음 정권에 넘길 수도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금융권에 인사와 정책 등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융지주를 갖고 있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닐 것"이라며 "이번 정권에서 매각 공고가 한 차례 더 나올 수도 있지만 말 그대로 공고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추진 일지 (정부지분율 %)
 
▲2001년 3월 : 우리금융지주 설립..한빛,평화,광주,경남은행, 하나로종금 편입(100%)
▲2002년 6월 : 증시 상장 통해 지분 11.8% 매각(88.2%)
▲2010년 4월 : 4차례 블록세일로 정부 지분 56.97%로 낮아짐
▲2010년 10월 :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우리금융지주 매각 공고
▲2010년 11월 : 입찰참가 의향서(LOI) 마감 (우리금융지주 11곳, 경남은행 5곳, 광주은행 7곳 LOI 접수)
▲2010년 12월 : 우리금융 컨소시엄 예비입찰 불참 선언, 우리금융 민영화 잠정 중단 결정
▲2011년 5월 : 공자위, 민영화 작업 5개월만에 재개
▲2011년 6월 : 보고펀드, MBK파트너스, 티스톤파트너스 등 PEF 3곳 LOI 제출
▲2011년 8월 : MBK파트너스만 예비입찰 참여, 유효경쟁 미비로 민영화 중단 결정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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