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여성가족부가 게임 규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청소년들에게 억지로 '게임중독자' '정신병자' 낙인을 찍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가부 편에서 게임 규제를 지지하고 있는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은 자신의 책 ‘우리아이 게임 절제력’에서 “게임중독 치료 캠프(인터넷 레스큐 스쿨)에서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한 학생들은 쉬는 시간마다 현금지급기(ATM) 자판을 마구 눌러, 사흘 만에 ATM 두 대가 고장났다”며 “반복적으로 게임을 하면 뇌신경 회로가 굳어져, 무의식적ㆍ습관적으로 게임을 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라고 소개했다.
여가부가 운영하는 ‘인터넷 레스큐 스쿨’은 온라인 게임 중독 고위험군 청소년들을 11박 12일 동안 합숙 치료하는 프로그램이다.
황순길 청소년상담원 실장 등 ‘인터넷 레스큐 스쿨’ 담당자들도 언론에서 비슷한 사례를 들며, ATM 고장이 게임 중독 금단현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터넷 레스큐 스쿨’이 열리는 충남 천안 국립청소년수련원에 ATM을 서비스하는 은행은 의견이 달랐다.
해당 은행측 관계자는 “장난이 심한 청소년들이 방학 동안 수련원을 방문하면 ATM 고장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은행측 기록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1년 동안 국립청소년수련원에는 여름 방학 기간인 6, 7, 8월과 겨울방학 기간인 1, 2, 12월에 ATM기 고장이 많이 발생했다.
특히 2009년과 2011년에는 ‘인터넷 레스큐 스쿨’이 열리지 않는 12월에 ATM 고장이 가장 많았다.
수치상으로는 ATM 고장은 게임 중독의 연관성이 낮지만, 여가부 관계자들은 ATM 고장 원인을 ‘게임 중독의 금단증상’이라고 단정지었다.
여가부는 ‘게임 중독자는 마약 중독자와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의 운영하는 ‘인터넷 레스큐 스쿨’ 치유 결과는 이런 주장과 상반된다.
여가부는 지난 2010년까지 ‘인터넷 레스큐 스쿨’에 참가한 고위험 온라인 게임 중독 청소년들의 중독 ‘완치율’이 최대 79%라고 주장해 왔다.
2010년 말부터 용어를 ‘중독 개선율’로 바꾸고, 수치도 63%로 수정했다.
청소년상담원 측은 “‘인터넷 레스큐 스쿨’이 끝난 후 3개월 후 참가자의 게임 이용 시간이 감소했는지 등을 조사해 중독 개선율을 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마약, 알콜, 도박 등 다른 중독 증상 치료에서는 ‘완치’, ‘중독 개선’ 같은 용어를 쓰지 않는다.
조성남 을지대학 중독연구소장은 “해외의 경우 마약중독자가 1년 이상 입원 치료를 하고 난 후 3년 동안 마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치료 효과가 좋다고 말한다”며 “중독은 계기가 생기면 다시 발생하기 때문에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마약 뿐 아니라 알코올, 도박 중독 치료에서도 중독 환자가 완전히 치료되거나 중독이 개선됐다고 보지 않는다.
현명호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번 중독되면 유사한 상황을 접하게 되면 재발하거나, 다른 중독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며 “치료는 중독 원인을 잠시 중단하는 것이고, 치료를 하고 나오는 사람도 회복자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약 10일 정도의 단기 치료로 상태가 호전되고 치료 후 게임을 접해도 상태가 악화되지 않는다면, 게임을 마약 중독, 알콜 중독, 도박 중독과 같은 정신병으로 볼 수 없는 셈이다.
실제로 해외 의학계에서도 과도한 게임 이용은 ‘과잉 행동’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게임을 ‘중독’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과 대립하고 있다.
‘인터넷 레스큐 스쿨’이 단기적인 ‘보여주기 행사’에 그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약 10일 동안의 단기적인 집중 치료와 3개월 동안의 사후 관리로는 치료 효과가 낮다는 점이다.
현 교수는 “게임 중독율이 초등학생과 중학교 저학년 때 가장 높다가 나이가 들수록 낮아지는 원인 중 하나는, 부모의 관심이 증가하고 아이들 스스로 게임보다 공부에 에너지를 쏟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게임을 과도하게 하는 학생들에게 색다른 체험을 제공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장기적으로 관리가 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여가부는 ‘인터넷 레스큐 스쿨’ 예산을 지난해 2억4000만원에서 올해 9억원까지 늘렸다.
또 ‘인터넷 레스큐 스쿨’ 같은 게임 중독 예방 치료센터를 운영하는 명목으로, 게임사 매출 1%를 징수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가족과 주변의 노력으로도 개선될 수 있는 청소년에게 평생 따라다니는 ‘정신병자’ 꼬리표를 정부 부처가 붙이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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