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호남이 서운함을 표시하고 있다. 1.15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민주통합당 신임 지도부를 향해서다.
1.15 전대는 친노의 화려한 부활과 동시에 호남의 몰락을 의미했다. 한때 유력주자였던 박지원 의원은 4위로 지도부에 입성하며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다.
신임 지도부는 첫 지역 방문지로 부산을 택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영전과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기 위해서였으나 광주의 자존심은 충격이 컸다. 당장 “광주로 와야지, 어떻게 부산을 먼저 찾을 수가 있느냐”는 섭섭함이 흘러나왔다. 한 지역 의원은 “전대 결과도 그렇고 이번에 호남 체면을 확실히 구겼다”고 말했다.
주요당직 인선에 대한 서운함도 묻어나왔다. 호남 출신의 임종석 전 의원이 사무총장에, 광주에 지역구를 둔 이용섭 의원이 정책위의장에 임명됐으나 임 총장은 서울이 정치적 근거지이며, 이 정책위의장은 반(反)정세균 전선을 형성했던 호남 정서와는 거리가 멀다.
대변인 인선에 대한 기대와 실망도 있었다는 게 지역 의원들의 솔직한 속내였다. 총선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당의 ‘입’을 맡는다는 건 인지도 제고의 확실한 수단으로 인식됐다. 특히 대표와 직접적 교분을 가질 수밖에 없는 대변인직을 통해 총선 공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광주의 한 의원은 “사실 며칠간 휴대폰만 바라봤다”면서 “나 뿐만 아니라 호남 의원 누구에게도 (당직인선 관련해 지도부로부터) 연락이 왔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서운함은 호남 물갈이론과 맞물리면서 위기감으로 비화됐다.
한명숙 대표는 19일 광주시당을 찾은 자리에서 “인위적 물갈이는 있을 수 없다”면서도 5.18 광주항쟁 정신에 빗대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비움으로써 새로운 정치의 희망을 만들어내는 것이 광주에서부터 시작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지원 최고위원이 바로 “호남 없이 정권교체는 어렵다. 군사독재 한나라당 논리로 호남 물갈이론을 주장해선 안 된다”고 응수하고, 이낙연 전남도당위원장이 “새 지도부에 대해 기대와 걱정이 교차되고 있다”고 신경전을 벌인 이유다.
한 지역 의원은 지난해 4.27 전남 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 과정을 예시하며 “또 다시 야권연대 명분을 내세워 호남의 희생만을 강요해선 안 된다”며 “호남인 게 죄는 아니질 않느냐”고 격분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집안을 말아먹겠다는 것도 아니고”라며 “전통 지지층마저 날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야권연대를 위해 지지율에 상응하는 지분을 요구하기 시작한 통합진보당과 텃밭 호남의 기득권 저항이 교차하면서 한 대표의 고민은 한층 커지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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