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연체도, 대출 이력도 없지만 신용카드 사용 등의 신용 내역이 없어 중간 정도의 신용등급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신용등급 평가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는 연체가 없어도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 과거 신용 내역을 살필 정보가 없다면 높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신용을 평가할 정보가 부족할 경우 미래 신용도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게 신용평가사들의 입장이다.
◇신용등급 평가시 상환이력·신용카드 사용 여부 중요
7일 국내 한 신용조회기관(CB)이 공개한 개인신용등급 평가요소와 활용비중에 따르면 신용등급 산정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평가요소는 '상환이력정보'(40.3%)다.
현재 연체 보유 여부 및 과거 채무 상환 이력으로, 짧은 기간이라도 연체를 했을 경우 신용등급 하락에 영향을 미치는 반면, 빌린 돈을 잘 갚는 등 상환 이력이 양호하다면 신용등급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두 번째로 활용비중이 높은 요소는 '신용형태정보'(25.8%)다.
신용거래종류, 신용거래형태 등을 세부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신용카드 사용 이력·현금서비스·카드론·주택담보대출 등 상품별 건수, 활용비중 등을 확인한다. 이때 체크카드 이용실적은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
다음으로는 '현재부채수준'(23.0%)이다. 대출이나 보증 채무 등 채무 부담 정보 등을 평가하며, 대출 규모와 횟수가 많을수록 신용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마지막 평가요소는 '신용거래기간'(10.9%)으로, 최초 또는 최근 개설로부터 얼마 동안 신용거래를 해왔는지 등 거래 기간을 살펴 본다. 거래기간이 길수록 신용평점 우량요인이 된다.
◇"체크카드로 신용위험도 평가 어려워"
신용조회사에 따라 평가요소 및 반영 비중은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얼마나 빌린 돈을 제때 잘 갚는가'가 신용평가시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문제는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아 상환이력이 없는 사회초년병은 신용카드 사용실적마저 없다면 신용도를 평가할 기준이 없다는 것.
체크카드 이용실적은 평가에 반영되지 않아 신용카드 없이 체크카드만 사용하는 사람은 부채 및 연체 기록이 없어도 높은 신용등급을 받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평가구조다.
신용조회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체크카드는 신용등급 평가에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며 "체크카드는 신용기능이 없어 현금이나 마찬가지인데다 잔액 내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위험성이 없어 현실적으로 신용을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금융당국이 앞으로 체크카드 실적을 신용등급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해서 어떻게 평가할지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체크카드 실적을 신용등급 평가에 반영할 시스템이 없는 현 체계에 대한 문제점을 어느 정도 인정한 셈이다.
◇당국 "체크카드-신용등급 상관관계 확인 정보 구축 우선"
하지만 금융당국은 신중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체크카드 이용과 신용등급 사이의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구축한 후 신용등급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것.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체크카드 활성화를 위한 기본 방향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체크카드 사용 이력을 신용등급에 반영하려면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가 먼저 나와야 한다"고 전제 조건을 달았다.
그는 "신용조회 시장이 큰 미국은 신용정보가 없거나 빈약한 이른바 'Thin file'들을 위한 신용조회기관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체크카드만 사용해 신용정보가 부족한 사람들(Thin file)만을 위한 신용조회기관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미국처럼 공과금 납부는 잘 하는지, 월세는 안 밀리고 잘 내는지 등 이들을 위한 공공정보를 모으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용등급은 과거 신용이력을 토대로 미래 신용위험도를 예측하는 것인 만큼 체크카드 이용과 신용등급 사이의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모아지기 전에 체크카드 이용실적을 신용등급에 반영하게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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