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교육과학기술부가 느닷없이 게임을 규제하겠다고 나섰던 명분은 일진들의 학교 폭력을 없애겠다는 것이었다.
교과부가 학교 폭력의 원인으로 게임을 지목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먼저 한국 청소년들이 세계에서 가장 게임을 오래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는 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행한 보고서에 “한국 청소년은 하루 46분, 핀란드 청소년은 하루 10분, 영국 청소년은 하루 6분 게임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지난 6일 ‘학교폭력 종합대책’ 발표장에서도 “한국 청소년들이 핀란드 청소년보다 4배 이상 게임을 많이 한다”며 게임을 규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이유는 학교 폭력의 주범으로 꼽히는 일진들이 게임에 중독됐다는 것이다.
게임의 영향으로 폭력성이 높아진 일진들이 게임 머니 등을 구하기 위해 약한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교과부가 주장한 세계 청소년 게임 이용 시간은 지난 2000년에 수집된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하면서, 현재 사실과 큰 차이가 있었다.
2007년 핀란드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핀란드 남자 청소년의 하루 게임 이용 시간은 1시간을 넘었다.
또 평범한 학생들에 비해 일진들은 게임에 중독되는 확률이 극도로 낮았다.
이는 일진들이 성인 유흥 문화 등에 빠지면서, 일반 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게임을 하는 시간이 적기 때문이다.
이처럼 게임 이용과 학교 폭력의 상관성이 미약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교과부는 게임 규제를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원래 목적이었던 학교 폭력 근절은 빼버리고, 게임 중독만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지난 10일 김황식 국무총리의 발언은 이 같은 교과부의 입장을 대변한다.
김 총리는 “청소년 게임중독이 청소년 성장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며 교과부의 게임 규제를 지지했지만 학교 폭력 예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단순히 게임 중독 예방을 위해서라면 교과부가 내세운 ‘쿨링오프’제는 불필요한 규제다.
‘쿨링오프’제는 하루 2시간 이상 게임을 할 경우 10분 동안 쉬도록 하는 제도다.
이 같은 제도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놓은 ‘선택적 셧다운제’와 큰 차이가 없다.
‘선택적 셧다운제’는 부모 등 보호자가 자녀들의 하루 게임 이용 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오는 7월부터 도입된다.
만약 부모가 ‘선택적 셧다운제’로 하루 2시간 이하로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쿨링오프’제는 사실상 게임업체에 추가 비용만 지불하게 하는 무용지물이 된다.
또 한국청소년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한국 청소년의 평균 게임 이용시간은 약 1시간~1시간20분이기 때문에, ‘쿨링오프’의 게임 규제 효과는 더 떨어진다.
청소년을 게임 과몰입에서 보호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여성가족부, 문광부에서 게임 과몰입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를 시행했거나 시행을 준비 중이다.
아직 기존 제도의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쿨링오프’제처럼 기존 규제와 중복되고 기업에 부담만 되는 쓸모 없는 제도를 만드는 것은,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내세우는 정부 정책 기조와 상반된다.
교과부가 게임 규제를 포기하지 않으면, 정부의 교육 정책 실패를 덮기 위해 게임산업을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주장만 더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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