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아시아계 사람이 수차례 전화를 해왔다.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2007년 대선 당시 BBK 사건과 관련, '김경준 기획입국설'을 촉발시켰던 이른바 '가짜편지' 작성자인 신명(51)씨는 11일 새벽에 이루어진 뉴스토마토와의 국제전화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와 동시에 신씨는 김경준씨의 기획입국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활용됐던 '가짜편지'를 작성하게 된 배후를 밝히기 위해 "이달 말 귀국한다"고 밝혔다.
신씨는 이에 앞서 지난 1일 뉴스토마토와 주고 받은 이메일을 통해 "지금은 거론할 단계는 아니고요 나중에 밝히겠으나 저도 궁금한게 많기 때문에 명예훼손 고소당할거 각오하고 4월5일 폭로밖에 할 수 없습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말 중국으로 떠났다가 미국으로 들어간 그는 현재 한국인이 없는 텍사스주 모처에 체류 중으로, "중국 치안이 불안해 미국으로 옮겼다"며 "아시아계 사람으로 보이는 미상의 인물로부터 현재 위치와 가족관계를 묻는 전화가 왔었다"고 말했다.
신씨는 검찰과의 통화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는 자신의 거처를 묻는 전화를 받은 뒤 "검찰에 전화를 걸어 인터폴 수배여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씨와 통화한 서울중앙지검의 박모 검사는 이를 부인하면서 "빨리 와달라"고만 재촉해 이후 더욱 신변의 위협을 느꼈다고 말했다.
◇홍준표 전 대표가 '당사자'?
신씨는 '가짜편지' 사건에 관해 밝힐 내용이 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오는 4월5일 모든 것을 밝히겠다"면서도 홍준표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를 "가짜편지의 당사자면서 관계없는 척 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신씨는 '가짜편지'를 작성한 경위에 대해서 "고의로 한 게 없다. 다 시켜서 한 일"이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모든 것을 밝히기로 4월5일을 택한 것도 홍 전 대표 때문"이라며 "홍 전 대표는 정치를 그만 둬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전 대표는 현재 서울 동대문을 공천이 확정됐다.
그는 이어 "4월5일은 선거에 임박한 날로, 선거에 닥쳤는데 얘기 안하고 거짓말 할 시간이 있겠나? 선거 앞두고 이실직고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함구 중인 이유와 귀국을 늦추고 있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신씨는 또 "직접 쓴 사람은 인정을 하고 시킨 사람은 안했다고 한다"며 "지은 죄는 형(신경화씨)이나 나나 다 받겠다고 하는데 시킨 사람은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고 홍 전 대표를 겨냥해 다시 한 번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안 드러난 사람 한명 더 있다"
'가짜편지' 작성을 지시한 윗선에 대해 그는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언론에 나온 분들이 모두 포함된다"면서도 "아직 안 드러난 사람이 한명 더 있다"고 말해 파란을 예고했다.
지금까지 신씨가 '가짜편지'와 관련해 배후로 지목한 인물들은 홍 전 대표 외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신기옥 대한적십자사 경북도지사 회장, 김병진 두원공대 총장 등이 있다. 신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손윗 동서이기도 하다.
신씨에 따르면, 이들 중 누군가의 지시로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의 특보였던 김병진 현 두원공대 총장(전 경희대 교수)과 신씨와 친분이 있던 양승덕 전 경희대 교무처장이 편지 원본을 건네줬고, 자신은 그대로 베껴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홍 전 대표는 신씨가 작성한 '가짜편지'는 대선 당시 자신의 책상위에 올라와 있었을 뿐 누구로부터 받은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한편, 김 총장이나 양 전 처장과는 만난 적이 없다며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다만, 신 지사 만이 지난해 말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나는 (가짜편지 사건을) 잘 모른다. 김 총장(D공대 총장)이라고 있으니 그 사람한테 물어보면 잘 안다"고 말해 김씨와 알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정봉주 전 의원·유원일 의원도 만나
신씨는 또 "정봉주 전 의원도 만났고 유원일 의원도 만났지만 정치인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며 "4월5일 직접 검찰에 출두해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현재 쉬고 있다"고 근황을 전한 신씨는 귀국과 관련해 "(귀국)준비고 뭐고 할 게 없다. 3월 말쯤 조용히 귀국하겠다"며 "내가 잘한 게 없는데 뭘 더 이야기 하겠는가.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 기다려달라"며 통화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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